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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돈케어 Sep 12. 2023

9. 당신은 미래에 있나요, 현재에 있나요?

나와 친한 형이 있다. 형은 일요일만 되면 우울하다고 말한다.


"형, 왜 그래?"

"우울해."

"왜?"

"내일부터 다시 회사 가야 하잖아."

"지금은 아직 일요일인데?"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내일부터 월요일이라고."


불안과 우울의 극복: 현재에 머무르기

우리는 쉽게 현재를 벗어나 미래 혹은 과거에서 산다. 과거의 후회와 미련 속에서 우울해지고, 미래의 불안에 슬퍼진다. 하지만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은 편안히 앉아 글을 읽고 있는 '현재'에 있지 않는가.


과거와 미래의 어떠한 생각에 사로잡혀 나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 현재의 나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우울할 필요가 있는가, 혹은 불안할 필요가 있는가.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어디에 앉아 있는가.


그래. 내가 지금 불안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서 명상을 소개하면서 '잘못된 생각의 힘'을 이야기했다. 생각의 힘은 어마어마해서 나를 쉽게 당황시키고 굴복하게 한다.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이 진실이 아니며,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가끔 나는 새로운 곳을 가기 전에 불안이 올라올 때가 있다. 예기불안이라고 하는데, 혹시나 공황발작이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그럴 때마다 다시 생각한다.


내가 미래로 가서 불안한 마음이 생겼구나. 현재로 다시 돌아오자.

현재로 돌아와 나를 살펴보는 것은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땅의 단단함을 느끼고, 내 피부를 스치는 바람과 공기를 느끼면서 현재에 집중한다.


처음 명상을 시도할 때는 계속 마음이 과거와 미래로 가려고 한다. 여지없이 나쁜 생각이 든다. 나쁜 생각은 내 마음을 더 어지럽힌다. 대체 왜 자꾸 나쁜 생각이 들까?


나쁜 생각이 드는 건 기분 때문이야

MBCT 워크북에서 배운 걸 함께 해보자.


친한 친구가 길 건너에 있는 걸 봤다. 길을 건너면서 내가 친구를 알은체했는데, 친구는 나를 그냥 지나쳤다. 친구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1) 내가 기분이 좋았을 때라면 어떻게 생각했까?

2) 내가 기분이 나빴을 때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만약 내가 기분이 좋았을 때라면 '친구가 안 좋은 일이 있나?'하고 말았을 거다. 하지만 기분이 나쁠 때라면 '나한테 화난 게 있나? 아님 내가 부끄러운가?' 하고 생각했을 거다. 상황은 같은데, 내 기분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기분이 상황을 해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쁜 기분이 들면 상황도 부정적으로 보이고,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라 기분을 더 끌어내린다. 반면, 기분이 좋을 때는 다 좋다. 나쁠 게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기분에 따라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나의 상황해석도 언제든지 틀릴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불안하고 우울한 생각이 들면, 나를 현재로 데려와 생각해 본다.


내 기분은 지금 어떤가?

내 기분 때문에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진 않을까?

내가 기분이 좋아도 이렇게 생각했을까?


다시 한번 되뇌어보자.


생각은 생각일 뿐, 현실이 아니다. 나를 괴롭히는 불안한 생각들은 단지 내 기분이 만들어낸 부정적인 생각이다. 나는 지금 단단한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숨을 쉬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는 실제와 분명히 다를 것이다.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면 잠깐 과거로도 떠나본다. 내 긍정경험을 떠올리기 위해서다. '내가 전에 **에 갔을 때를 생각해 보자. 그때도 문제없이 잘 다녀왔었어. 자신이 없었지만, 막상 가서 보니 견딜만했지. 잘 견뎌냈잖아? 이번에도 잘 될 거야.'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긍정경험의 중요성

내가 이전에 어떠한 것을 극복하고 잘 이겨냈다는 '긍정경험'은 불안한 생각, 즉 예기불안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공황발작 이후 나는 혼잡한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게 힘들었고, 혼잡한 식당에 가는 것도 싫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불안했다. 강렬한 공황발작의 기억이 큰 '부정경험'이 되어, 수많은 '긍정경험'을 압도한 것이다.


우리는 다시 긍정경험을 쌓아야 한다. 혼잡한 곳에 가더라도 내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긍정경험을 반복해 부정경험을 밀어내야 한다. 긍정경험을 쌓는 것은 약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을만한 용기가 생겼을 때 시도해 보자. 혼자서는 어렵다면, 내가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도전해 보자. 아주 작은 것부터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성취감을 꾸준히 얻게 되면 자신감이 생긴다.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저/이미옥 역, 흐름출판)에서는 상상으로 하는 긍정경험도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두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긍정적인 문장을 하나 만들고, 이 문장을 오감으로 느끼는 것처럼 시각화/촉각화/청각화/미각화/후각화하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문장을 상상하며 오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들과 재밌게 식사자리에 참여하며, 맛있는 밥을 먹는다"


뇌는 상상과 실제를 잘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경험은 실제 경험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반복해서 훈련하면 실제로 긍정경험이 축적되어 예기불안과 공황발작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시도하는 것이 어렵다면 상상도전이라도 좋으니, 한 번 실험해 보자. 분명한 효과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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