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발표를 예약한, 2025년 7월 5일(토) 11시 20분에 딸애가 결혼합니다. 신부 아버지로서 덕담을 하는 순서가 있는데요.
아래와 같은 글을 준비했습니다. 3분 정도, 길어도 5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기에 많이 줄였습니다. 부끄럽지만, 브런치스토리에 공개합니다.
신랑과 신부에게 덕담
날이 무더운데 두 사람의 혼인을 축하하고자 찾아주신 하객 여러분께, 신부 아버지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꾸 ~ 벅 ~)
딸애가 덕담 얘기를 한 게 1년 전쯤인데, 그저께서야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영화 얘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재작년 초에 딸애가 영화를 둘이서만 보자고 했습니다. 딸과 아빠에 관한 영화라면서요. <애프터선>(Aftersun)이라는 영화입니다. 30대 여성이 주인공인데요. 자신이 열한 살 때 촬영한 아버지와의 여행 영상을 다시 보면서, 아버지를 회상하는 내용입니다. 어릴 때의 기억처럼, 영상은 흔들리고, 띄엄띄엄 맥락 없는 장면이 이어지죠. 딸이 아빠 나이가 되어서 아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영홥니다.
그런데 이미 딸애 나이를 지나온 저는, 아빠로서 딸을 얼마나 이해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딸과의 첫 만남이죠. 눈이 엄청 많이 내렸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유심히 본 것은 딸의 눈과 코였는데요. 저보다는 눈이 좀 크기를, 코가 좀 높길 바랐거든요. 다행히 그런 거 같았습니다. 외모를 얘기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자라면서 놀림을 받았던 일이라 저로서는 살짝 고민될 수밖에 없었거든요.
영화에서는 “아빠한테는 뭐든지 말해도 되는 거 알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제가 딸애에게 그런 아빠였는지는 자신이 없네요. 다만, 딸애는 저희 부부에게 ‘약한 비혼주의’로서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한국 사회에서 기혼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의 신랑 ◐◐과 결혼하겠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무척 기쁠 수밖에 없었죠.
◐◐을 처음 만나자마자 그 까닭을 알았습니다. 인성도 바를 뿐 아니라 제 딸애를 사랑하는 눈빛이 그 공간을 가득 채웠거든요. 그래서 나온 저의 유행어가 “훌륭한 젊은이구먼.”입니다. ◐◐을 사랑으로 키우신 두 분 사돈어른의 덕분이겠죠. 딸과 아들에게 “훌륭한 딸이구먼.”, “훌륭한 아들이구먼.” 하는 버전도 생겼고요.
오늘 ◐◐과 ◑◑은 입을 모아 “오늘의 이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변함없이 사랑하는 부부가 되겠습니다.”라고 서약했습니다. 부부에게도 함께 하지 않는 단절적인 시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장면, 그리고 말로 나누기 쉽지 않은 얘기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공간을 채우는 게 사랑이겠죠? 다만, 사람의 관계는 가까울수록 그리고 오래 지켜본 사이일수록 잘 안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두 사람이 혼인을 서약하면서 처음 만난 날의 비 그친 얘기를 했죠. 이제 두 사람은 비가 그치지 않아도 부부로서 빛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더 넓어진 관계가 그 빛을 지켜줄 겁니다. ◐◐과 ◑◑은 각자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새로 만난 양가의 부모에게서 다시 태어났으니까요. 또 ◑◑에게는 ◐◐의 누나가 그동안 없었던 언니로서, ◐◐에게는 ◑◑의 동생이 그동안 없었던 동생으로 곁에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딸에게 하지 못한 말을 지금 두 사람에게 하고자 합니다. “아빠한테는 뭐든지 말해도 되는 거 알지?”. 영화 제목의 ‘애프터선’은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를 나중에 진정하는 기능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제가 두 사람이 부딪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저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묵묵히 듣고 가만히 두 사람의 눈을 바라봄으로써 응원하는 일밖에는요. ‘애프터 선’처럼요.
더욱이 이 자리에 와주신 여러분의 축하하는 마음이 두 사람에게는 때로 자외선을 막는 그늘막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비를 피하게 하는 우산이 되어줄 거라고 믿습니다. 두 사람이 태어날 때의 기억은 전혀 없지만, 부부로서 태어나는 오늘의 기억은 절대 잊지 않을 테니까요.
이쯤에 영화 속 대사 한 번 더 하겠습니다. <애프터선>이 신랑 ◐◐의 인생 영화라 하고,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영화를 봤다고 하니까요. “배우자한테는 뭐든지 말해도 되는 거 알지?”
내 딸의 배우자이면서 나와 내 배우자의 사위로 태어난 이◐◐과 그 ◐◐의 배우자이면서 시댁 부모님의 며느리로 태어난 ◑◑이 부부로 탄생함을 여러분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여러분과 특히 사돈어른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Wedding rings and hands, 제작자 glogoski, 치수 5616 x 3744px, 파일 유형 JPEG, 범주 손, 라이선스 유형 표준
* * outline of the wedding ring, 제작자 isdiyono, 파일 유형 AI/EPS, JPEG 및 PNG, 범주 그래픽 자료, 라이선스 유형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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