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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 관련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

by 한량돈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관련해서 일선 검사장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보도가 있네요.


(뉴스1, 2025. 10. 1., <https://www.news1.kr/society/court-prosecution/5930630>)


헌법소원 또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주장의 요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검찰청이 헌법기관인지 판단이 필요하고, 헌법기관이라면 그 폐지는 위헌이다(①). 둘째, 검찰청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설치한 정부의 준사법기관이다(②). 셋째, 검찰청 폐지는 개헌 사항이어서 헌법 제130조에 따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③). 넷째, 대검찰청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인지 아니면 법무부가 청구해야 하는지 다(④).


이러한 주장을 살피려면, 먼저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헌법소원의 헌법적 근거는 헌법 제111조 제1항 헌법재판소의 관장 사항에서 제5호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한 것입니다. 헌법의 위임에 따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 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있는데요. 헌법에서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개정에 따라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냐의 문제가 있지만, 기본권을 침해당한 사람은 대법원까지의 재판에서도 기본권 침해를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법원의 재판이 기본권 침해와 관련한 경우는 헌법소원 심판이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오면,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는 제도입니다.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정부조직법이나 검찰청법은 국가기관의 조직에 관한 법이어서 해당 공무원의 기본권과 관련이 없습니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경우에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행하는 질의권·토론권 및 표결권 등은 입법권 등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국회의 구성원 지위에 있는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권한이지 국회의원 개인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즉 기본권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헌법이나 법률이 부여한 권한은 기본권이 아닙니다.

검찰청의 폐지와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아무런 법적 관계가 없습니다. 기본권은 더더욱 무관합니다.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3인의 재판관이 구성하는 지정재판부에서 각하할 사안입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에 그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대하여 다툼이 있을 때 재판으로 그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가기관 상호 간의 권한쟁의는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나온 국가권력을 나누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권한을 분배한 대등한 권력 행사 기관 사이의 권한 다툼을 의미합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하는 국가기관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별할 때 해당 국가기관이 헌법에 따라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지, 또는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 상호 간의 권한쟁의를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헌법해석을 통해 국가기관의 범위를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헌재 1997. 7. 16. 96헌라2).


헌법 제40조에 따라 입법권은 국회에 속합니다. 헌법에 등장하지 않는 검찰청을 헌법기관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검찰청이 국회의 법률 개정 권한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면, 국회는 입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국가기관의 법률상 권한은 국회의 입법 행위로는 침해될 수 없습니다. 법률상 권한은 국회의 입법 행위에 따라 인정된 것이기 때문입니다(헌재 2023. 3. 23. 2022헌라4). 국회는 그 권한을 다시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로 하고,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① 검찰청은 헌법기관이 아닙니다. 검사와 검찰총장은 그나마 헌법에 표현이라도 있는데요. 검찰청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헌법기관이라면 헌법상 어떤 권한이 있는지도 근거가 없습니다. 이 문제는 제15화 ‘검사 또는 검찰의 헌법기관 여부’(브런치북, 2025. 8. 31.(일), <https://brunch.co.kr/@idonoh/25>)에서 다뤘습니다.


② 삼권분립의 원칙을 주장하면서 정부의 준사법기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행정부 소속의 국가기관이면서 준사법기관이라니요. 삼권분립 원칙은 국가 작용을 입법․행정․사법 작용으로 나누고, 각 작용을 별도의 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행정부는 위계적인 구조이지만, 사법부는 대등한 구조입니다. 지금의 법원이 문제 되는 것도 ‘제왕적 대법원장’ 탓입니다. 검찰은 검사 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찰조직 전체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 관계를 유지하며, 전국의 검사들이 유기적으로 통일체처럼 활동하는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사법권 독립이 재판부의 독립인 것처럼 검찰이 준사법기관이 되려면, 위계적인 구조로 통일성을 확보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법적 판단을 함으로써, 누구나 수사나 기소 등에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했어야죠.

주권자가 그동안 검찰 스스로 개혁하도록 기회를 수없이 주었음에도 검찰은 스스로 개혁하지 못했습니다. 검찰의 부정의(不正義)가 쌓이고 쌓여서 시민들이 참고 참다가 마침내 검찰청 폐지라는 독수(毒手)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죠. 행정부 소속이면서 동시에 사법적 기능을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양손에 권력을 쥐고 어떨 때는 검찰총장의 전횡이 가능한 행정작용, 어떨 때는 민주적 통제조차 거부하기 위해 사법 작용이라는 권모술수를 쓰겠다는 거밖에 안 되죠.


③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이라는 억지를 쓰는 바람에 이제 검찰청이 관습 헌법상의 헌법기관이라는 주장까지 나올 판이네요. 물론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청은 헌법에 예정된 기관”이라며 “검찰청 폐지는 개헌 사항이므로 헌법 130조에 따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어 보인다”라고 분석했지만요. 다만, 명시적인 검찰청 표현이 없으니 ‘헌법에 예정된 기관’이라고 말한 듯한데요. 결국 헌법에 명시적인 근거 규정은 없지만, 검사나 검찰총장의 표현에서 추론하면 검찰청이 헌법기관이라는 결론에 이른다는 논리인데요. 통치구조는 엄격하게 헌법 문언에 따라 해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헌법이 예정한 권력분립 질서’가 깨지거든요.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면 안 됩니다. 검찰청이 헌법기관이라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헌법개정이 필요합니다.


④ 검찰 내부에서는 지휘부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반면, 고려대 차진아 교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려면 권한 분쟁이 있었을 때 이를 해결할 만한 다른 방법이나 기관이 없을 것이 요구된다”라며 “검찰청 폐지에 관한 권한 분쟁은 법무부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라는 주장입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헌법상 소관 사무에 관하여 부령을 발할 수 있고 정부조직법상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합니다. 그렇지만 정부조직법 개정 행위는 법무부장관의 권한을 제한하지 않습니다(헌재 2023. 3. 23. 2022헌라4 참조).


이헌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검사와 검찰총장이라는 표현은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헌법적으로 전혀 규정이 안 돼 있다”라며 “하위 법률로 정할 수 있게 돼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국회의 입법권이 절대적인 권한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국회는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 기관으로서 국가의 기본 조직에 관하여 헌법에 명시적으로 위반하지 않는 이상 모든 국가기관의 조직에 관한 사항을 정할 권한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의 범위 안에서 입법권을 통제할 수 있을 뿐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시민의 기본권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면 국가의 조직에 관한 사항은 명백하게 위헌적인 내용이 있지 않는 한 국회의 개정 법률을 무효라고 결정할 수 없습니다.


헌법에 검사와 검찰총장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라든가 현행 법률상의 권한을 유지해야 한다든가 하는 헌법적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검찰청 폐지 관련 국회의 입법권을 통제하는 방안은 주권자 인민이 선거를 통해 의회 다수파를 교체하는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를 기다려보시죠.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주권자의 뜻에 따라 더 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이미지 출처: Structure Diagram Design a diagram illustrating the structure of corporate governance within an organization, 제작자 worathep, AI로 생성됨, 편집상의 사용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허위여서는 안 됩니다. 치수 2912 x 1632px, 파일 유형 JPEG, 범주 사람, 라이선스 유형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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