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025년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습니다. 한글날은 「국어기본법」 제2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념행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합니다.
「국어기본법 시행령」은 제15조에서 한글날 기념행사를 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법 제20조 제1항에 따른 한글날 기념행사를 할 때 한글과 국어 발전에 이바지한 공이 매우 큰 개인이나 단체를 한글 발전 유공자로 포상하고, 한국 문화 창달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개인이나 단체에 대하여 세종문화상을 수여할 수 있습니다. 한글 발전 유공자의 포상은 「상훈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고, 세종문화상의 수여는 「정부 표창 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며, 시상 분야, 수상 인원과 그밖에 필요한 사항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합니다.
헌법에서 한글은 어떤 의미일까요? 헌법에는 국어나 한글에 관한 규정이 없습니다. 법률로서 「국어기본법」이 있을 뿐인데요. ‘국어’는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합니다(법 제3조 제1호). ‘한글’은 국어를 표기하는 한국의 고유문자입니다(법 제3조 제1호).
헌법은 인민이 정한 절차를 통한 합의에 따라 인권의 목록을 비롯하여 국가의 구성․조직․운영․통제․책무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법규범 체계로 구성한 법인데요. 국어 또는 한글 관련 사항이 전통적인 인권 사안 또는 헌법사항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국가 영역의 사안이 아니라 사회 영역의 사안이기 때문이죠. 오늘날 헌법이 국가만이 아니라 사회 영역까지 규율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헌법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국어와 한글 관련 판례가 있는데요. 제가 가장 관심 있는 판례는 수도이전 법률 관련 판례입니다. 들어보셨을 거예요.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 개념을 끌어들여 위헌으로 결정한 판례입니다(헌재 2004. 10. 21. 2004헌마554등). 이재명 정부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어서 수도이전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기관의 소재지, 특히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민주주의적 통치 원리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의회의 소재지를 수도라고 정의합니다. 수도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을 표현하는 실질적 헌법사항의 하나라고 봅니다. 국가의 정체성은 국가의 정서적 통일의 원천으로서 그 국민의 역사와 경험, 문화와 정치 및 경제, 그 권력구조나 정신적 상징 등이 종합적으로 표출됨으로써 형성되는 국가적 특성이라고 이해합니다. 수도처럼 실질적 헌법사항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국명(國名)을 정하는 것, 우리말을 국어(國語)로 하고 우리글을 한글로 하는 것, 영토를 획정하고 국가 주권의 소재를 밝히는 것 등이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기본적 헌법사항이 된다고 합니다. 헌법에 규정이 없어도 내용 면에서 헌법사항에 속하는 것들은 국가의 정체성과 기본적 조직 구성에 관한 중요하고 기본적인 헌법사항으로서 국민이 스스로 결단하여야 할 사항이므로 대통령이나 정부 혹은 그 하위기관의 결정에 맡길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보는 거죠.
저는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 의견에 동의합니다. 성문헌법을 지닌 법체제에서,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동일한” 혹은 ‘특정 성문헌법 조항을 무력화할 수 있는’ 효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성문의 헌법전(憲法典)은 헌법제정권자인 국민이 직접 “명시적” 의사 표시로써 제정한 최고법규범으로서 모든 국가권력을 구속하는 강한 힘을 보유하는 것이며, 그 내용의 개정은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문헌법의 강한 힘은 국민주권의 명시적 의사가 특정한 헌법 제정 절차를 거쳐서 수렴되었다는 점에 근거합니다. 관습만으로는 헌법을 특징화하는 그러한 우세한 힘을 보유할 수 없습니다.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으로부터 동떨어져 성립하거나 존속할 수 없고 항상 성문헌법의 여러 원리와 조화를 이룸으로써만 성립하고 존속하는 “보완적 효력”만을 지닙니다. 이러한 법리는 관습헌법의 내용이 “중요한 헌법사항”이라 하더라도 동일합니다.
수도, 국명, 국어, 한글 등을 경시해서가 아닙니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에서 정하면 됩니다. 국민의 의사와 어긋난다면 국민이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선거를 통해 관련 사안의 변경을 추진한 정치 세력을 심판하면 됩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스스로 결단하여야 할 사항이므로 대통령이나 정부 혹은 그 하위기관의 결정에 맡길 수 있는 사항이라고 합니다만, 결국은 국민이 스스로 결단해야 할 사항을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꼴이 되었습니다. 국민은 일단 국회가 결정하게 하고 그것이 국민의 뜻과 다르다고 하면 헌법을 개정하면 될 일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끼어들어 국회에 앞서 국민의 뜻을 선취(先取) 한 겁니다. 헌법이 예정한 권한 배치에 어긋나죠.
‘국어’라는 표현에 비판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일반적 표현이어서 다른 나라 사람과 소통할 때 적절한 표현이 아니기도 하고 국가주의적 느낌이 있는 탓일 겁니다. 한국의 공적 영역에서 사용하는 공용어가 한국어고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는 공용 문자죠.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사건들은 한자나 영어 또는 공용어나 공용 문자를 둘러싼 사안들입니다.
먼저 첫 번째 사안은 문서의 한글 전용을 규정한 국어기본법과 국어기본법 시행령이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그리고 초⋅중등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선택적으로 받도록 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이 학생의 자유로운 인격 발현권과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지를 다룬 사건입니다(헌재 2016. 11. 24. 2012헌마854).
헌법재판소는 공문서 조항이 공문서를 한글로 작성하여 공적 영역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확보하고 효율적⋅경제적으로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시민들은 공문서를 통하여 공적 생활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의 권리 의무와 관련된 사항을 알게 되므로, 시민 대부분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한글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시작합니다. 한자어를 굳이 한자로 쓰지 않더라도 대부분 앞뒤 문맥으로 뜻을 이해할 수 있고, 뜻을 정확히 전달하려면 괄호 안에 한자를 나란히 쓰면 되므로, 한자 혼용 방식에 비하여 특별히 한자어의 의미 전달력이나 가독성이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봅니다. 공문서 조항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학교에서 한자 교육 관련해서도 대부분의 문서와 책, 언론 기사 등이 한글 위주로 작성되어 있고, 한자로 쓰지 않아도 뜻을 이해할 경우가 대부분이며, 특정 낱말이 한자로 어떻게 표기되는지를 아는 것이 어휘 능력이나 독해력, 사고력 향상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봅니다. 인터넷이 상용화되어 한글만 사용하더라도 지식과 정보 습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도 고려합니다. 한자를 국어 과목의 일환이 아닌 독립 과목으로 편제하고 학교 재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가르치도록 하였다고 하여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 발현권이나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 의견이 있었는데요. 한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 사상을 담고 있는 문화의 주요 구성 요소이며,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한자 학습을 통하여 사고력⋅응용력⋅창의력을 기를 수 있고, 동아시아에서의 문화적 연대를 확산시킬 수 있으므로, 공교육 과정에서 한자 또는 한문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다만, 아동의 나이와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적절한 한자 교육의 시기를 정할 필요가 있는데, 중고등학교 시기가 적정하다고 봅니다. 국가는 적어도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에게 한문을 필수교과로 편제하여 일정 시간 이상 가르치도록 함으로써, 공교육을 받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한자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한자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한자 관련 고시는 한자 또는 한문교육을 통하여 인격적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 발현권과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는 결론입니다.
헌법은 모든 사안의 해법을 담은 만능 상자가 아닙니다. 한자 교육 문제는 법률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한자 교육이 필요하지만 필수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개인이 판단해서 공부할 사안 아닐까요?
두 번째 판례는 출생신고 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한자의 범위를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제한하고 있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부분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이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문제 된 사건인데요(헌재 2016. 7. 28. 2015헌마964). 헌법재판소는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자녀의 양육과 가족생활을 위하여 필수적인 것이고 가족생활의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으므로,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는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호받는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한자는 그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하고 우리나라는 한글 전용 정책을 주축으로 하여 한자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름에 통상 사용되지 아니하는 한자를 사용하면 사회적․법률적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이름을 인식하고 사용하는 데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그 범위조차 불분명한 한자를 가족관계 등록 전산시스템에 모두 구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일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한자로 총 8,142자를 ‘인명용 한자’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적지 않고 ‘인명용 한자’의 범위를 일정한 절차를 거쳐 계속 확대함으로써 이름에 한자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보완 장치를 강구하고 있다. ‘인명용 한자’가 아닌 한자를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출생신고나 출생자 이름 자체가 수리되지 않는 게 아니고, 가족관계등록부에 해당 이름이 한글로만 기재되어 종국적으로 해당 한자가 함께 기재되지 않는 제한을 받을 뿐이며, 가족관계등록부나 그와 연계된 공적 장부 이외에 사적 생활의 영역에서 해당 한자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거죠.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는 반대 의견을 냈는데요. 공문서에서나 사문서에서나 기본적으로 한글로써 이름을 쓰고 한자는 병기(倂記)하는데 그치므로, 사람의 이름을 읽지 못하거나 잘못 읽을 염려가 적어 이름에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적고, 현재 기술 수준에서 한자 정보의 전산화는 어려운 것도 아니므로 이름에 사용되는 한자를 전산시스템에 구현함에는 지장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가족관계등록규칙 개정을 통해 ‘인명용 한자’가 추가되는 경우 당사자는 개명 허가 절차 또는 출생 신고인의 추후 보완 신고를 거쳐 원하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되나, 막연히 장래에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 기본권 제한이 완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인명용 한자’로 말하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누가 결정하고, 어느 정도의 사용 빈도가 있어야 그 범위에 들어가는 것인지도 의문이라는 근거에서 입니다. 시민들이 국가가 정한 ‘인명용 한자’라는 기준에 맞추도록 강제하는 것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입니다.
저는 반대 의견에 동의합니다. 해당 규정은 행정의 편의만을 위한 측면이 강합니다. 어려운 한자를 쓰면 당사자가 어려운 면이 있어 자기 책임의 영역입니다. 나중에 자녀가 부모를 원망할 수는 있지만, 한자를 쓰는 경우가 많지 않으므로 큰 문제가 아니고 작명자로서는 뜻 문자인 한자의 의미를 살리는 의미가 적지 않을 듯합니다.
세 번째 사안은, 한자와 한글을 합쳐 자녀의 이름을 지었는데, “이름에 한글과 한자를 혼합하여 사용한 출생신고 등은 이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한 규정에 근거하여 받아들이지 않자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입니다(헌재 2016. 8. 2. 2016헌마607).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가 법원에서 다퉈서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각하했습니다.
헌법소원은 다른 구제 절차가 있으면 그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건이 헌법재판소로 몰릴 테니까 업무를 분담하게 하는 거죠. 저는 자녀의 이름을 자유롭게 지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이름에 대한 상세한 제약은 지나친 국가 관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 판례는, 초⋅중등교육법의 위임에 따라 동법 시행령이 규정한 초등학교의 교과에 ‘외국어(영어)’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법률의 위임에 따라 제정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1, 2학년의 교과에서 영어 과목을 배제한 것이 헌법 제31조 제6항의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위반되는지, 그리고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1, 2학년의 정규교과에 영어를 배제하고, 3-6학년의 영어교육을 일정한 시수로 제한하는 부분이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또는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지였는데요(헌재 2016. 2. 25. 2013헌마838).
헌법재판소는 위헌이거나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고 결정했습니다. 초등학교 시기는 인격 형성의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한정된 시간에 교육과정을 고르게 구성하여 초등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초등학생의 영어교육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고요. 초등학교 1, 2학년은 공교육 체계에서 한글을 처음 접하는 시기로, 이 시기에 영어를 배우게 되면 한국어 발달과 영어교육에 문제점이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고, 이러한 의견을 반영한 해당 부처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각하한 사례도 꽤 있습니다.
첫 번째 판례로는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표준어 규정에 따라 공공기관의 공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국어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상 교과용 도서를 편찬하거나 검정 또는 인정하는 경우 표준어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이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인지에 대해 각하한 사건이 있습니다(헌재 2009. 5. 28. 2006헌마618).
헌법소원은 공권력 행사에 따라 기본권을 침해당해야 제기할 수 있는데요. 표준어 규정은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공공기관이 작성하는 공문서에 사용되는 언어의 통일성에 대하여 일정한 신뢰가 있어서 공문서에 사용되는 국어가 표준어로 통일되지 않는 경우 의사소통에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불가결한 규율이라고 보았습니다. 교과용 도서의 경우 각기 다른 지방의 교과서를 각기 다른 지역의 방언으로 제작하는 경우 각 지역의 방언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표준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국가 공동체 구성원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공익을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규율이라고 보았고요.
표준어의 범위 관련해서는 서울의 역사성, 문화적 선도성, 사용 인구의 최다성 및 지리적 중앙성 등 다양한 요인에 비추어 볼 때, 서울말을 표준어의 원칙으로 삼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하기 어렵고, 서울말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므로 교양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공용어가 하나가 아닌 나라들이 있지만, 공용문서나 교과서에서 표준어를 설정하는 일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학교 때 사투리 문제를 발표하면서, 어휘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의미에서 사투리의 의미를 주장한 적이 있는데요. 일상 대화에서 자신의 고향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투리를 상황에 맞게 사용하면 재밌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 판례로는 서울특별시장이 버스운송사업자들에게 버스 외관에 알파벳 영어 문자로 도색을 해서 운행하도록 한 권고 조치 사건이 있는데요 (헌재 2006. 5. 25. 2004헌마744). 알파벳 영어 문자 버스를 운행하게 된 것은 서울특별시가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라 버스를 파랑(간선) 버스, 초록(지선) 버스, 노랑(순환) 버스, 빨강(광역) 버스로 분류한 후, 버스 운송 사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주어 버스들을 그 분류에 따라 도색 작업을 하게 하고 알파벳 영어 문자를 써넣어 운행하게 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버스 이용객들이 알파벳 영어 문자 도색 버스를 이용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버스에 영어 문자를 도색한 버스 운송 사업자이고, 서울특별시장의 알파벳 영어 문자 도색 권고 조치는 버스 이용객들이 영어 문자 버스를 이용하는 데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어서 각하했습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에 대해 제기해야 하고, 권고는 의무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제1장 제1항이 일본어 기준에 부합하고 한글 맞춤법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사건이 있는데요(헌재 2016. 4. 25. 2016헌마297). “국어의 로마자 표기는 국어의 표준 발음법에 따라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헌법소원은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을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는데, 헌법재판소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판례는 ‘한글’을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라고 정의하고 있는 국어기본법 제3조 제2호가 한글을 만든 시기나 창작자를 세부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여 창작자인 세종대왕의 지식재산 인격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사건인데요. 헌법소원은 자기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제기해야 하므로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각하했습니다(헌재 2014. 7. 23. 2014헌마562).
한글이 헌법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고유문자이므로, 사안에 따라 기본적 인권의 문제로 헌법적 연관성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의무화할 측면은 크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한글을 소중히 하면서 잘 다듬고 가꿀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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