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성이 있는 사안이라 일종의 호외 발행입니다.
박장범 KBS 사장과 김우성 부사장이 최근 개정된 한국방송공사법(이하 방송법) 부칙 제2조 제3항이 자신들의 임기를 사실상 단축한다며 2025년 9월 25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26일에는 해당 조항의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경향신문, 2025. 9. 26.,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261537001).
박 사장과 김 부사장 당초 2027년 12월까지지만,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임기 만료 전에 직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 방송법 부칙 제2조 제3항은 ‘이 법의 시행 당시 한국방송공사의 사장, 부사장 및 감사는 이 법의 개정 규정에 따른 후임자가 선임 또는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라고 명시했다. 오는 11월까지 구성되는 새 이사회에서 새 사장을 임명하면, 현직자들은 물러나야 한다.
청구인들은 부칙이 헌법 제15조에서 규정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서를 통해 “구 방송법에 따라 적법하게 취임해 3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있었으나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부칙 2조 3항)으로 인해 임기가 만료되기 전 그 직위를 상실할 상황에 처했다”라고 “이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 취급해 평등 원칙을 위반했으며, 청구인들의 신뢰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라고 밝혔다.
청구인들은 방송법 부칙의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박 사장은 “방송법 본안에 대해서는 존중하지만, 부칙 조항에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이에 따라 KBS 사장을 교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KBS 사장이 바뀌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에는 KBS 이사 6명이 이사회를 3개월 내로 구성하도록 한 개정 방송법 부칙 제2조 제1항과 제2항이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도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9월 28일 헌법소원과 가처분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 2025. 9. 28.,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221113.html>)
"지금 현재로 보면 (오는) 화요일 국무회의에서 이 법이 심의·의결될 것으로 보이고 그 순간 저는 자동 면직될 것”이라며 "그 직후 헌법소원과 가처분 등 법적인 절차를 밟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 법안은 대통령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을 포함한 7명으로 구성하도록 한다. 위원 7명 중 위원장 포함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도 설치된다. 심의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심의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 의결이 가능하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내년 8월까지 임기인 이 위원장은 자동 면직된다.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고려하면, 방송통신위원장과 KBS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이들이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치는 활동을 한 점이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 자체의 자유가 아니다. ‘미디어’ 의미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면서도 권력에 대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쉽지 않은 위치에 있다. 두 사람은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언론 또는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 이력이 있어 비판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2024. 11. 13.,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79305>)
(오마이뉴스 2025. 3. 5.,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08141>)
이 방통위원장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가까스로 4:4의 기각 결정을 받았다(헌재 2025. 1. 23. 2024헌나1).
공무원을 면직한 법률의 부칙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례가 있다(헌재 1989. 12. 18. 89헌마32등). 헌법재판소는 구(舊) 국가보위입법회의법 부칙 제4항 후단(後段)은 합리적 이유 없이 임명권자의 후임자 임명처분으로 공무원직을 상실하도록 함으로써 직업공무원제를 침해하였으므로 구 헌법 제6조 제2항, 헌법 제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법은 직업공무원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직업공무원 제도는 공무원이 집권 세력의 논공행상 제물이 되는 엽관제도(獵官制度)를 지양하고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 작용 중단과 혼란을 예방하고 일관성 있는 공무수행의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공직 구조에 관한 제도다.
직업공무원 제도에서는 과학적 직위분류제(職位分類制), 성적주의 등에 따른 인사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장치가 중요하다. 특히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신분보장은 그 중추적 요소다. 그러나 공무원은 어떤 특정 정당이나 특정 상급자를 위하여 충성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 전체에 대한 공복으로서 법에 따라 그 소임을 다해야 한다.
직업공무원 제도는 당해 공무원의 권리나 이익의 보호에 그치지 않고 국가 통치 차원에서 정치적 안정의 유지와 공무원으로 하여금 상급자의 불법 부당한 지시나 정실(情實)에 속박되지 않고 오직 법과 정의에 따라 공직을 수행하게 하는 법치주의의 이념과 고도의 합리성, 전문성, 연속성이 요구되는 공무의 차질 없는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이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헌법 제7조, 구 헌법 제6조)라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직업공무원 제도가 국민주권 원리에 바탕을 둔 민주적이고 법치주의적인 공직 제도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정권 담당자에 따라 영향받지 않는 것은 물론 같은 정권하에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당하지 않는 것을 불가결의 요건으로 하는 직업공무원 제도의 확립을 내용으로 하는 입법의 원리를 지시하고 있다. 입법자는 법률에 관계 규정을 마련할 때 헌법의 위와 같은 기속적 방향(羈束的方向) 제시에 따라 공무원의 신분보장이라는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입법권을 행사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공무원에 대한 기본법인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서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 또는 위 공무원법이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휴직, 강임 또는 면직당하지 아니하도록 한다.
직권에 의한 면직 사유 또한 제한적으로 열거하여 직제와 정원의 개폐 또는 예산의 감소 등에 의하여 폐직 또는 과원이 되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공무원의 귀책사유 없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직의 운영과 개편에서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임명권자의 자의적 판단으로 직업공무원에게 면직 등 불리한 인사 조치를 함부로 할 수 없다. 이에 어긋나면 직업공무원 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
국가보위입법회의법 부칙 제4항 후단은 국회의 “소속 공무원은 이 법에 의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후임자가 임명되면 자동으로 면직하는 규정을 두었다.
국회 소속 공무원 면직은 조직의 변경과 관련이 없음은 물론 소속 공무원의 귀책사유의 유무라던가 다른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형평성이나 합리적 근거 등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임명권자의 후임자 임명이라는 처분에 의하여 그 직을 상실하도록 한 것이다.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 때까지는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공무원 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공무원의 신분보장 규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법률이 제정될 당시에 이미 공무원의 신분을 취득하여 이를 보유하고 있는 청구인들에게 적용되었던 것으로서 이는 실질적으로 소급 입법에 따른 공무원의 신분보장 규정 침해라고 보았다.
관련 공무원들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의 귀책사유 없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공무원으로서 법적 지위를 기존의 법질서에 의하여 이미 확보하고 있었고 그와 같은 법적 지위는 구 헌법의 공무원 신분보장 규정에 따라 보호받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위입법회의법이라는 새로운 법률이 공무원의 위와 같은 기득권(旣得權)을 부칙 규정으로 박탈한 것은 신뢰보호(信賴保護)의 원칙을 위반하여 입법형성권(立法形成權)의 한계를 벗어나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다만, 위에서 헌법재판소가 전개한 직업공무원 제도의 공무원은 국가 또는 공공단체와 근로관계를 맺고 이른바 공법상 특별권력관계 또는 특별행정법관계 아래 공무를 담당하는 것이 직업인 협의의 공무원이다. 방통위원장 같은 정치적 공무원은 해당하지 않는다.
KBS 사장은 공무원도 아니다. KBS는 「한국방송공사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법인(공법인)이다. KBS 사장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공사법에 따른 임원의 지위에 있다.
KBS 사장과 방송통신위원장은 헌법재판소 판례에 해당하지 않는다.
헌법을 허투루 보아선 안 된다. 직업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신분과 지위에 부합하는 구실을 제대로 했으면, 헌법이 보호하지는 않아도 주권자 인민의 뜻에 따라 나중에라도 보호를 받을 텐데, 그 반대편에 서 있었으니, 법의 심판과 아울러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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