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보이는 정보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인터넷에서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왔는데,
웬 칙칙한 콘크리트 건물밖에 안 보인다.
잘못 찾아왔나 싶어 핸드폰으로 지도를 켜보았다.
정확히 이 위치가 맞았다.
'최근에 폐업한 거구나..'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그곳을 나서려던 찰나,
핸드폰의 글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지하 1층]
'지하 1층?'
'설마 저 노래방 입구같이 생긴 좁은 계단?'
정답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보니, 역설적이게도 화사한 음식점이 기다리고 있었다.
'밖에선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올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식사를 마친 뒤 밖으로 나가보니,
그제야 작은 간판이 보인다.
음식점 위치를 안내해 주는 간판이 분명 있었는데도,
나는 왜 '여긴 아니야' 라고 단정 지어버렸을까.
'칙칙한 콘크리트 건물' 이라는 정보가 '음식점' 이라는 진실과 너무나도 상반되었던 탓에,
정작 봐야 했던 간판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이 경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조금 더 사소한 예시를 들어보겠다.
[참깨라면] 을 아는가?
계란블록이 들어 있고, 고소하면서도 칼칼한 국물 맛이 특징인 라면이다.
이 참깨라면의 사발면은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면이지만,
재미있게도 과거의 나는 이 라면을 외면했었다.
용기가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참깨와 참기름의 은은한 노란빛과 일치하는 합리적인 색깔이었지만,
나는 느끼하고 기름진 볶음 라면이나 치즈 라면을 떠올려버렸다.
매콤하고 칼칼한 맛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 맞는 라면이었는데도,
노란색 하나 때문에 오랫동안 몰라봤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음식점 건물이나 라면의 색깔처럼,
글이 아닌 '형태' 로 인해 생기는 오해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다.
그렇다면 글로 표현했음에도 오해를 부르는 경우도 존재할까?
'가장 먼저 보이는 정보' 의 위력을 실감했을 때,
문득 떠올리게 된 동화 제목이다.
이보다 더 완벽한 제목이 있을까?
이 제목 하나에,
- 동화의 아기자기함 표현
- 정확한 상황 제시
- 추리로 이어질 내용 암시
이 모든 정보들이 전부 들어가 있다.
요즈음은 책 제목을 직관적으로 짓기보다는,
자극적이거나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비교적 흔해진 것 같다.
물론 그런 제목이 가져오는 효과가 있겠지만,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본다.
가령, 위 동화의 제목이
[내 머리 위에, 네가 만들어낸 것]
이었다고 생각해 보자.
묘하게 동화 내용을 설명하는 것 같긴 한데,
이 제목만 보게 된다면 대부분 로맨스로 오해하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로맨스 소설을 원한 사람은 떠나가고,
동화를 원한 사람은 애초에 찾아오지도 않는 최악의 제목이 되어버린다.
자극적이고 은유적인 제목은 부제나 광고 문구로 사용하고,
제목에는 직관적이고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정성껏 만들어진 작품이 원하는 타겟층에게
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어릴 적 놀러 나갈 때 부모님에게 참 자주 들었던 잔소리다.
'에이, 어차피 맨날 보는 친구들인데 뭘'
철없는 생각을 하며 가볍게 넘겼던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그 조언의 무게를 느낀다.
본래 친구에게도 그래선 안되지만, 친구는 편하니까 그렇다 치자.
하지만 나의 지저분한 모습은 친구들만 보지 않는다.
남들 눈치 보여서 누가 나와 같이 다니고 싶을까?
자신의 내면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다면,
노력이 가능한 선에서 보여지는 것을 내면과 일치시켜라.
당신을 처음 본 사람에게는,
보이는 것이 전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