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초대장을 내민다면.

규칙 없는 공간이 불러오는 불청객.

by IDONTKNOWUX

콜록, 콜록.

약도 없다는 여름 감기가 찾아왔다.

그것도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날에!


에어컨을 틀었던 점심부터 콧물이 조금씩 나나 싶더니,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눈치도 없이 찾아온 감기가 너무나도 밉다.


'대체 왜 이 중요한 순간에? 평일에나 걸릴 것이지'


서러움에 감기에게 짜증을 내보지만,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감기가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감기를 불러왔다는 사실을.



평소 알면서도 안 하는 것들이 많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에어컨을 적당히 틀었어야 했다.


건조한 공기와 낮은 온도는 감기가 제일 좋아하는 환경이다.

당연하게도, 감기에 걸린 것은 우리의 잘못인 것이다.


다이어트는 또 어떤가?

매번 체중 조절을 목표로 하면서,


-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하기

- 탄수화물과 지방 줄이기

- 간식 적당히 먹기


등등의 규칙을 세워두고는, 사실 잘 안 지킨다.

이러면 비만이 찾아올 수밖에.


정말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외부 변수가 없는 한..

우리가 싫어하는 것들은 우리가 직접 불러오는 것이다.


이 정도는 별 문제가 안 된다.

적어도 우리가 알고서 하는 것이고, 개개인의 문제일 뿐이니까.


그런데.



몰라서 안 하는 것들도 많은 것이 문제다.

사람들이 많아지는 순간, 이 문제의 스케일은 커진다.


나는 인터넷 카페나 인터넷 방송 커뮤니티 등,

온라인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분란' 을 수도 없이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싸우는 이유는 참 다양한데,

그 싸움들 중 내가 가장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첫 번째는, 신념을 가지고 싸우는 것.


두 번째는,


"이렇게 하는 게 왜 문제인 건가요?"

라는 신규 회원의 질문에,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습니다."

라고 답하며 시작되는 싸움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대부분 기존 사람들의 승리로 끝난다.

그들이 암묵적으로 만든 규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규칙은 보통 공지사항에 쓰여 있지 않았다.

이 회원은 대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분위기 파악 했어야죠."

'문제를 일으킨' 신규 회원이 가장 잘 듣는 비판이다.

지금까지의 글들을 보고, 알아서 그에 맞춰서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말도 안 되는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없는 걸 참고하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있는 걸 참고하는 것은 쉽고, 대부분의 신규 회원들이 실제로 그렇게 한다.

본인이 속하려 들어온 곳에 빠르게 동화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의 정보를 얻는 방식이다.

그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그건 공지사항에서 금지해 줘야 하지 않을까?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된다, 안 된다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이 아니라면,

신규 회원에게는 당연히 되는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맞지 않는 회원들이 찾아오지 않길 바라고 있다.


정작 그 회원들은 맞다고 믿고 들어왔음에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본인이 어느 나라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면,

당연히 그곳의 법과 문화를 존중하고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본인이 '선택' 한 것이다.


인터넷에는 로마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고 그에 대한 의무도 있다.


하지만 갑자기 로마 한가운데에 떨어졌다면?


그 사람이 무슨 실수를 저지르든 어쩔 수가 없다.

아무런 정보 없이 들어온 셈이니까.


모르는 공간에 떨어진 손님을 정중히 돌려보내고,

울타리와 안내 표지판을 견고히 해라.


비록 그 수는 적어지더라도,

원하는 사람만이 찾아올 것이다.








{ 오늘의 UX }

"채반을 써야 국수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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