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1

by 마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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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문을 열자 짙은 안개가 시야를 막았다. 폐부를 찌르는 싸늘함에 순간 움찔하며 발을 멈추었다. 그러나 이내 이 안갯속으로 나를 감추는 것도 그리 나쁠 것 같지 않아 새벽안개의 축축함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새벽안개는 수만의 혼령을 거느리고 진군하는 유령군단 같다. 차갑게 밀려 들어와 양심의 아픈 마디마디를 찌르는 안개. 뒤를 돌아보았다. 도희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기다렸다. 안개의 꺼풀을 벗고 도희가 나타났다. 진홍의 머플러로 얼굴을 휘감고 있다.

푸근한 겨울 날씨가 며칠째 계속됐다. 나는 다시 몇 걸음을 먼저 걸어 나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안개가 다시 도희를 가두었다. 나에게 도희는 늘 안갯속의 여인이었다.

자동차의 시동을 켜고 도희를 기다렸다. 멀리 모텔의 불빛이 안개를 뚫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순간 지난밤의 메마른 정사가 안갯속의 불빛처럼 떠올랐다.

북한강변을 따라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도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자동차가 팔당대교에 올라섰다. 그리고 도희가 입을 열었다.

“헤어져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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