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위암이래. 혼자 살면서 고생한 모양이더군.
김진호 선생의 말이 이명처럼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병실 문 손잡이를 잡고 한참을 머뭇거린다. 병실 안으로 들어서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환자복의 여인이 보인다. 환자복의 여인이 몸을 일으킨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진다.
왜 연락 안 했어?
......
이게 뭐야, 잘 살아야 할 거 아냐.
잘 지냈어요?
그냥 지냈어.
미안해요.
당신이 왜 미안해? 당신을 떠난 건 정작 난데.
혼자 있어도 나는 아프지 않았다. 며칠이 더 지나자 내가 그녀에게 어떤 기쁨을 주었는지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희미해지기까지 하였다. 그녀와 헤어진 지 며칠이 되지 않아 그녀가 내 곁을 떠난 게 아니라 내가 그녀를 떠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엔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랑을 지속시킬 만큼 순백의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세속적 욕망을 부정하지 못하였다. 그녀를 만나면서도 불안전한 그녀의 환경에 마음의 흔들림이 있었고, 그것이 그녀를 힘들게 하였을 것이다.
환자복 여인의 메마른 손을 잡는다. 처음 그녀의 여린 손을 잡던 날, 손끝으로 전해지던 가벼운 떨림이 생각난다.
....많이 보고 싶었어요.
떨리는 목소리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녀의 메마른 손 위로 눈물이 떨어진다.
속죄의 눈물인가?
여인의 죽음을 지켜본 것은 두 달 후였다.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아픔의 시작이었다. 이 상처를 지닌 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홍수현.
이제야 고백하건대 현실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