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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Aug 21. 2020

저녁은 또 뭐 먹나?

2020.8.21.금


화요일 아기가 오고 난 뒤부터 책을 한쪽도 못읽었다. 입 안에 가시가 아닌, 피곤해서 혓바늘이 돋았다.

장난감이나 아기 책은 갖고 오지 않아서 주위에 노는 장난감이나 책을 구한다고 광고했더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필요한  몇 가지를 구했다.

아들이 좋아하던 변신하는 자동차도 왔다. 사 달라는 말은 않고 자꾸만 만져보고 두고, 만져보고 두고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는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었지만 너댓 번에 한 번 정도만 사주었던 것 같다. 무슨 사지선다형도 아니고 그게 뭐람! 비빌 언덕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살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어른 여섯 명이서 아기 하나와 씨름하며 육아중이다. 며느리는 자기는 그래도 형편이 좋다며 정말 아기를 맡길 곳이 없는 사람들도 많단다. 요즘 젊은이들이 아기를 낳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폭풍 공감이다.

다음 주 저희들 집에 가도 어린이집에 갈 수 있을런지도 불확실하다.


점심에 남편은 부추고추전에 미역냉국, 며느리와 나는 콩나물밥으로 먹었다. 며느리나 아기나 활동량에 비해서 먹는 것이 많이 부실해보인다. 바쁘고 피곤하니 제 손으로 해먹기도 어렵고, 해주는 사람도 없으니 주로 사먹으며 대충 떼우는 형편인듯 하여 마음이 짠하다.

내가 이 더운 날 한 끼도 사먹이지 않고 땀을 쏟으며 집밥을 해주는 이유다.

사는 일은 돌아오는 끼니를 열심히 먹는 일에 다름 아니다.

저녁은 또 뭐 먹나? 이런 멘트를 날리던 <삼시세끼> 유해진씨가 갑자기 떠오른다.


사족, 저녁은 사인사색으로.

남편은 라면, 나는 쌀국수, 며느리는 삼계탕, 아기는 연어에 김.

우리집 가훈은 초등학교 때 아들이 지은  '주는 대로 감사히 먹는다'이므로 메뉴는 전적인 내 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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