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으로 나와서 태풍설거지. 잔뜩 흐린 하늘 사이로 간간히 햇빛도 비춘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졸다가 책 읽다가 하는 중이다.
바람에선여름의 냄새가 완전히 사라졌다. 가을의 입구에 들어선 듯.
사진 파일을 뒤져 사진 한 장을 찾아냈다. 사진에 목 말라하던 시절, 태풍 속 바닷가에서 찍었다. 지금보단 젊었고 그래서 좀 더 무모했을 터이다.
요즘엔 TV나 SNS재난문자, 마을 이장이 방송으로 꼼짝말고 집에 있으라면 절대 안나다닌다. 나이 들면 말이라도 잘 들어야지! 말 안듣고 사고 치는 나이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늙어가는 나도 민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말랑하고 유연한, 그래서 아름다운 노인이 되는 게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