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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09. 2020

빈땅 이론

2020.9.9.수


몸을 움직여보려고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다. 그저께는 뒷바퀴에 바람이 자꾸 빠져서 대리점에 갔더니 빵구가 났단다. 몇 달동안 가만히 세워두기만 했는데도 탈이 나는 모양이다. 오늘은 앞바퀴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내 차에는 들어가지 않고 남편 차로 또 실어달라면 사람이나 기계나 너무 오래 쉬면 안된다고 잔소리 한바탕 할 것 같아서 고장난 채 조심조심 타고 가서 고쳐왔다.


줄곧 책을 읽고, 시조도 쓰며 지냈지만 기분이 처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럴 땐 다 접고 몸을 움직여서 땀을 내는 게 비결이다. 아무 것도 않고 마음을 비워두고 있으면 빈 마음으로 고요히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잡념이 들어와 자리잡는다. 부질없는 생각, 부정적이 생각들은 확장세가 강하다.


빈 땅에 아무 것도 심지 않고 그냥두면 빈 땅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날아왔는지 온갖 풀들이 자라기 시작하고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그야말로 잡초밭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런 이론이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냥 빈땅 이론이라 부른다.


두 차례 태풍이 지나간 자건거길은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을 꽃은 살아남아서 가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자전거를 고쳐왔으니 내일부터는 글쓰기 두 시간, 자전거 두 시간...그 나머지는 자유시간이다. 가정주부에게도 자유시간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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