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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10. 2020

총량불변의 법칙

2020.9.10.목


나는 혼자서도 잘 논다.

혼자 있으면 가제트 팔과 다리가 되어 밥 하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설거지하기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남은 온전한 시간을 즐긴다. 러닝타임이 긴 영화를 보거나, 호흡이 긴 책을 읽거나, 엉덩이 안 떼고 글을 쓰곤한다.


그럼에도 때때로 수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물리학에 질량불변의 법칙이 있지만 나는 혼자서 총량불변의 법칙이라고 명명한다. 내가 아무리 혼자놀기 선수여도 일정량 수다를 떨어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말이다. 마음 맞는 친구랑 주거니받거니 -  술잔이 아니고 - 수다를 떨다보면 비로소  답답하던 마음이 시원해지고, 머리도 맑아지고, 밧데리 눈금이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오늘은 모처럼 외출했다. 내가 사는 지역은 한참동안 확진자가 없다. 그래도 음식점에 갔더니 열을 재고 방문자 기록을 남겨야 했다.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더 심해져서 아예 외출불가 상황이 올까봐 걱정이다. 물회로 점심을 먹고 커피숍에 갔더니 카메라 앞에서 열체크, 손소독은 필수다.


외신들은 우리나라가 확진자가 제일 적으면서도 걱정은 제일 많이 하는 나라라는 기사를 보았다. 어느 신문,통신사 발인지 일부러 확인안했다. 혈압오를 것 같아서. 나라에서 나서서 이렇게 철저하게 방역하고 치료해주는 것은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일이지 조심하고 예방을 한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들,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 부러우면 지는 거라.  너희들은 졌다!


아무튼, 오늘 서너 시간 외출해서 수다로 충분히 즐거웠으니 한동안은 말을 못해 힘 빠지는 일은 없겠다.


집에 와서 다시 혼자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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