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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11. 2020

선물

2020.9.11.금

맨 위 찻주전자가 맘에 들긴 한데 거금이다

선물을 사러왔다. 지난 번 내 생일에 비싼 옷을 사주었던 분께 좋은 일이 생겨서 축하해드릴 참이다.


여행을 가면 나는 간단한 소품을 자주 사곤 했다. 그 지방의 특산물이나 기념품, 악세서리, 필기구, 주방용품, 생활용품 등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그날의 기분에 따라 불특정 다수를 위한 물품들을 사서 내 방 상자에 넣어두었다.

지금처럼 선물이 필요할 때 거기서 받을 분께 꼭 어울릴 만한 것을 골라 잘 포장해 드린다. 지난 연말에 한 컵 보온병을 여러 개 사두었다가 선물한 것을 끝으로 내 선물 상자가 텅 비었다. 여행은 고사하고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니 당장에 먹어야 하는 것을 사는 것 외엔 쇼핑이 어렵다. 그리고 어디 초대를 받아 갈 일도 없다. 참 삭막한 세상살이가 되었다.

나는 작은 물건 하나에도 의미를 붙이기고 추억하기를 좋아하는데 이젠 그 소소한 재미도 접어야 하나 싶다.



결국 선물을 사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집안을 다시 뒤져봐야겠다. 한 컵 보온병은 포장한 게 하나 있긴 한데 지난 연말선물로 드린 거여서 해당사항 없고, 프라하에서 사온 녹색 세무장갑이 어디 있을텐데 찾아봐야겠다. 아니면 벌써 누구에게 건너갔나.

내가 나를 못믿는 헐렁한 기억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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