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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12. 2020

행복하다고 외쳐라

2020.9.12.토


내일부터 일주일 아들네 갈 계획이다. 내가 집에서 몸을 빼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장 보기와 반찬만들기이다. 엿새동안 집을 비우면 열 여덟 번의 끼니가 있다. 그동안 남편이 먹을 반찬을 만들어야 한다. 아들네 가서도 먹을 것을 대충은 준비해서 간다. 그래야 며느리의 부엌에서 조리하느라 보내는 시간을 줄일수가 있다.


오늘 오전 장을 보고 오다가 강변에 차를 세우고 잠시 비오는 풍경을 즐겼다. 실외수영장은 한 번도 문을 열지 못하고 여름을 보냈다.


어제 밤  열무물김치를 두 통 담궜다. 어제와 오늘 오전에 장을 봐왔으니 조금 있다가 저녁준비하면서 폭풍 반찬 만들기에 돌입할 참이다. 점심 준비하면서 수육삶기. 한번 먹을 만큼 소포장 해두면 렌지에 데워먹는 정도는 남편이 할 줄 안다.



낙지 볶음, 닭 볶음탕, 코다리찜, 미역국, 두부가지멸치조림이  만들어야 할 반찬이다.

전에 친정엄마가 사람의 입도 무섭고 손도 무섭다고 하셨는데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었다. 요즘에야 그 말을 실감한다.  



부억일을 하면서도 내 책상위의 신간 시조집 권에 신경이 쓰인다. 이렇게 시조 쓰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다가 내년 봄 첫시집을 낼 수나 있으려나 조바심이 인다.

아직 택배 포장도 뜯지 못한 책도 있고 지금 오고 있는 책들도 있다. 가끔 살짝 우울한 마음이 들 땐 뒤집어 생각해보곤 한다.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책을 살 땐 지갑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되니 이만하면 행복하다고 우긴다.

한 때 '행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을 모으고 읽은 적이 있다. 서른 권쯤 모았는데 제목 중에 《행복하다고 외쳐라》도 있었다. 그 책 제목은 아직도 내 삶에 유효하다.


책표지를 찾으려고 인터넷을 뒤졌더니 세상에나 2011년에 내가 책 구절을 쓴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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