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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14. 2020

사진은 왜

2020.9.14.월


손주가 오면 먹일 죽을 만들어 놓고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다.

하원하는 길.

삼십여 년도 더 전에 내 딸아이도 저렇게 어린이 집에 다녔다. 다섯 살 터울의 동생이 태어나자 아파트입구에 있는 어린이집에 저 혼자서 타박타박 걸어가던 모습을 베란다에서 내려다보곤 했었다. 뒷모습이 닮았다. 그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나랑 친구처럼 같이 나이들어 가고 있다.



오전엔 혼자 있으며 시조집 읽다.

지금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시조다.


사진을 보는 건 조금 쓸쓸한 일이다

어느 먼 추억 속에 꽂혀있는 생의 한 갈피

사진은 왜 과거 속에서만 희미하게 웃을까

나비가 잠시 앉았던 것 같은 그때 거기서

젊은 한때가 젊은 채로 늙어가는데

사진은 왜 모르는 척 모서리만 낡아갈까

                 ㅡ <사진은 왜>, 서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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