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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16. 2020

집 이야기

2020.9.16.수


오늘은 며느리가 회사 쉰다고 해서 얼마 전 산 집을 보러갔다. 세입자가 있어서 내년 연말이나 되어야 들어갈 수 있다. 작은 빌라를 팔아서 살 수 있는 집이 아니어서 전세금 내어 줄 돈을 부지런히 모아야 한다. 오늘 일 년여 있을 작은 집을 계약했다.

아들네가 산 4층짜리 연립주택(5층 이상을 아파트라 한단다)은 우선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초중고가 근처에 있고 지하철 역도 가까왔다.

무엇보다 동네에 나무가 많아서 좋았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은 가을엔 멋진 운치를 제공해 줄 듯하다.

결혼 3년 만에 저희들 스스로 마련한 집이어서 대견하고 기쁘다. 삼포세대, 오포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마에 흘린 정직한  땀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출근 대신 집에서 일하는 엄마를 하원 후 상봉 못한 손주는 엄마가 집에 있는 줄도 모르고 모처럼 데크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간간히 내리는 비, 전철이 지나가고, 데크 틈새에 핀 봉숭아 한 송이, 눈앞에서 쫑쫑거리는 내 띠동갑 손주, 며느리의 출퇴근 길이 멀긴 하지만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아이들, 지난 해 큰 수술을 받긴 했지만 회복하여 아직 현역에 있는 남편, 은퇴 이후의 삶은 미지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외친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지 않겠다고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건다. 오늘을 충실히 사는 것...내가 해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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