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브런치에 썼던 글을 한글파일로 옮겨 다시 정리하는 중이다. 3시에 하는 일을 잠깐씩 써서 올렸는데도 제법 분량이 쌓였다. 글을 빨리 쓰지 못하는 편인데 <아무튼, 3시> 메거진 글을 올리면서 속도가 조금 붙는 느낌이다.
글을 정리하다 보니 책상과 책장에 놓인 소품들이 눈에 띄인다. 나는 작은 것에 의미를 붙이고 추억하기를 즐긴다. 여행길에 비교적 가볍고 지갑의 안부를 살펴보지 않아도 될 정도의 물건을 용감하게 사곤한다.
끝에 부엉이가 달린 연필은 체코 프라하의 중앙광장 작은 가게에서 샀다. 부엉이 접시는 스페인의 살라망가 가는 길 가의 가게에서 일행이 화장실 볼일 보러간 막간을 이용해서 산 것이고 책장의 부엉이는 방콕의 재래시장에서, 프린터기에 얌전히 올라앉아 있는 부엉이는 소리가 아름다운 종이다. 스페인의 톨레도에서 샀다. 알라딘 램프는 램프속 거인 지니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글을 좀더 잘 썼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아르메니아의 실크로드 거상들의 옛 숙소 앞 작은 가게에서 산 것이다. 유럽의 오래뇐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처럼 흙으로 구워서 예쁜 유리조각을 붙여 만든 접시는 알람브라 궁전을 보러 그라나다로 가던 길 가의 작은 상점에서 샀다. 책상 옆에 두고 열쇠접시로 쓰고 있어서 자주 들여다보곤 한다. 발이 묶인 요즈음, 작은 물건 하나로 마음껏 시간여행을 떠난다.
추억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슬프고 어두운 기억보다 기쁘고 즐거웠던 일을 더 많이 저장한다. 마법이다. 소품 하나로 많은 기억들을 불러오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