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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26. 2020

접시 두 개

2020.9.26.토

지인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새로 오픈한 모던하우스에 들렀다. 어제도 주방 상단 선반을 열어 쓰지 않는 그릇을 내보내느라 꺼냈다. 시간 날 때마다 세간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다시 그릇을 보고 있다.

언제 가족이 모여 와인잔을 기울이겠나 싶지만 그런 시간을 즐기고픈  미련이 있어서 와인잔은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 집에 있는 것 보다 작아서 앙징맞은 잔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일인용 유기 세트도 갖고 싶다.  유기그릇을 쓰려면 옛날 밥상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내로라 하는 종갓집에 가보면 부엌 시렁 위에 수십 개의 상이 얹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양반댁에선 일인일상이다. 웬만해선 겸상을 안한다.

나도 언젠가 일인일상으로 남편이랑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으면 어떨까 싶었다. 한 번 시도해볼까 하다가 설거지는?, 에서 마음을 접었다.



각기 다른 그릇, 시계, 생활용품, 침구, 장식용 조화들을 보는 시간이 즐겁다. 이제는 있는 그릇으로도 충분하다. 이불도 당분간은 일없다. 욕심 내지 말자,  마음을 비운다. 칸이 나뉘져있는 반찬 접시 두 개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이건 내게 없고 꼭 필요한 것이다. 맞지? 내가 내게 다시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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