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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25. 2020

가을 꽃밭

2020.9.9.25


잦은 태풍과 지루한 장마를 이겨냈던 우리 집 꽃밭도 가을 색이 완연하다. 투명하고 맑은 가을햇살에 아주 조금씩 말라간다.

여름내 지치지도 않고 피던 백일홍,  꽃물을 손톱에 들이지도 못한 봉숭아, 교장실이나 교무실 앞에만 있어서 아침 일찍 등교하여 꿀을 따먹던 사루비아, 어릴 적 우리집 꽃밭에 서 저녁이면 일제히 나팔을 불던 분꽃이 이제는 까맣게 씨앗들을 품고 있다. 왕성한 봉숭아에 치여서 그나마 제일 늦게 피기 시작한 과꽃만이 아직도 싱싱하다. 대문 앞 골목길에 심은 코스모스도 마악 피기 시작하여 가족을 늘리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꽃들은 그래도 제 역할을 다하고 이제 스러질 준비를 하고 있다.

한쪽으로 부추는 여전하고 배추도 잘 자라고 있다. 그 옆에 얼마 전 심은 쪽파도 나, 여기 있어요, 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자연은 이렇게 온 힘을 다하여 가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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