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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Oct 03. 2020

쓸쓸함과 홀가분의 사이

2020.10.3.토

생각해보니 어릴 적에도 명절이 끝나갈 무렵, 북적거림이 지나고 원래 우리 가족만 남게 되었을 때 조금 강하게 쓸쓸함을 느꼈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는 갈 친정이 없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예의 그 쓸쓸함을 느꼈다.



내또래 신참  할머니들이 주로 사용자인 우스갯소리에 올 때는 반갑고 갈 때는 더 반갑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어찌된 셈인지 오늘 아침 일찍 아이들을 보내고 설거지, 청소, 이불 거풍하기, 치워두웠던 물건 제자리에 돌려놓기 등 바쁘게 집안일을 하는 중에도 쓸쓸함이 비집고 들어왔다. 며칠동안 용량을 초과해서 일한 것을 감안하면 홀가분한 기분이 더 들것 같은데 말이다. 적극적인 성격이라 드러나진 않지만 외로움을 타고 났나 싶기도 하다. 아니, 외로움을 들키지 않으려다보니 적극적인 성격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며느리가 까다 두고간 마늘을 마저 까서 말려야 하고 이불 정리, 주방 식기 정리 등 해야할 일이 많은데 점심을 먹고나서 졸다가 책을 읽다가 하고 있다. 한껏 게으름을 부려본다.



남편은 마당의 당근 몇 뿌리 땅콩 몇 개로 손주 체험학습을 시켜줬고, 가지고 놀았던 모래놀이 장난감은 씻어 두었다.


맑고 투명한 햇살 아래 잘 말라가는 가을날, 느리고 고요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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