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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Oct 07. 2020

유레카!

2020.10.7.수

'바람의 딸' 한비야는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만 못하리라'는 속담은 틀렸단다. '가다가 중지하면 간만큼 이득이다'라는 것이다. 한비야의 말에 동의한다.

나도 속담을 가져와 태클을 걸어본다. '시작이 반이다'는 아니다.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반까지 가야 반이다'.

학창시절, <수학의 정석>이나 <성문종합영어>를 늘 시작만 했다면 내 말에 동의할 터이다.

아무튼, 온라인 중고로 사서 오던 날 시작해 둔 김진애의 <도시이야기>는 시작한 채로 열흘 가까이 내 책상 위에 있다. 다음 주말 독서토론 교재인데 자꾸 다른 일에 밀리는 탓이다.

오늘은 작심하고 반은 가리라 마음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내쳐 읽는 중이다.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도록 책을 들고 집에서 자동차로 1분 거리에 있는 카페로 갔다. 500 여 미터 떨어져 있지만 인도가 없어 자동차로 가야한다. 농로가 있긴 한데 중간이 땅주인에 의해  막혀있다.

내가 애용하는 이 카페는 10시에서 11시30분까지 아메리카노는 2000원이다. 모닝할인이다. 게다가 2층 너른 실내가 온통 내  차지다.12시 쯤 사람들이 오기 시작해서 서너 시가 되면 우아한 카페가 아니라 돗떼기 시장으로 변한다.

요즘 내가 노력하는 것 중 하나는 생물학적 목소리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다른 테이블에서 하는 대화의 톤을 무차별로 듣다보면 이것도 하나의 폭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깊을 뜻을 모르는 남편은 내가 톤을 내리면 겁을 낸다. 그래도 톤을 올리지 않으면 반항하는 것인지 묻는다.

나는12시 40분에 집으로 온다. 두어 시간 집중해 읽어서 반 정도 왔다. 내일까지 마저 읽을 참이다.


다음에 이사를 하게 되면 걸어서 도서관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읽기를 즐기는 내가 참 마음에 든다. 이번 추석에 안과 병원에 근무하는 조카가 내게 시중에 나와 있는 것 중 제일 괜찮다는 눈영양제를 선물로 주었다. 내가 눈을 얼마나 아끼는지 아는 게다.

책의 세계는 무한한 신세계다. 조선 시대 그림을 보면서, 서양미술사를 읽으며 그림에 조금씩 눈을 떠가고 있다. 이번에는 도시, 집, 공간에 주력해볼 참이다. 책 선정은 전적인 내 소관이다.

절반쯤 읽었는데 재미있다. 그야말로 유레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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