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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Nov 07. 2020

찍사를 위하여

2020.11.7.토

내일 오후 찍사로 나갈 일이 생겨서 깊숙이 넣어두었던 카메라를 꺼냈다.

사진은 내게 마음 안주는 성질 못된 애인 같다. 결국 짝사랑으로 마음을 접었다. 혹여 불씨가 다시 살아날까 싶어 카메라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었었다.


사진은 또, 쉰다섯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연민이다. 젊은 아버지는 우리 남매의 자라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으며 즐거워하셨다.

그 아버지의 그 딸이라 나도 결혼을 하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서 카메라를 샀다. 생활이 어려운 건 문제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내 형편이 나아지기를 기다리지 않으니까. 남매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전에는 차려입고 하이힐을 신었어도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으면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취미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내 생활에서 사진을 할 만한 시간을 빼기가 어려웠다. 어영부영 하느니 차라리 마음을 접는 쪽을 택했다. 내가 결정을 했지만 그 상처는 아직도 아프다.


카메라를 닦고, 밧데리를 충전시키고, 메모리카드를 점검한다.

내가 다시 사진을 할 수 있을까? 그럴 기회가 내게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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