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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Nov 19. 2020

꽃할미들의 모임

2020.11.19.목

6학년 여자들의 모임.
두 달에 한 번씩 모였는데 올해는 한 번 밖에 못  만났다. 해가 바뀌기 전에 얼굴을 보자 해서 경주까지 움직였다
친구라고 하지만 내 친구가 아니고 남편 친구의 부인들이다. 남편의 고등학교 동기들이 한 달에 한 번 부부 동반 모임을 가졌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마 오십 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 이제 그만 부부동반으로 만나지 말고 따로 보자고 했다. 아마 눈치가 밥 먹고  술 한잔 하러 방석집에라도 가고 싶은데 여자들 때문에 진도를 못나간다는 거였다. 더 이상 나이가 들기 전에 진하게 놀고 싶다는 몸부림이 읽혀졌다.

우리는 쿨하게 찢어졌다. 여자들 모임은 이전보다 더 잘 굴러간다. 뭉쳐서  사나흘 씩 제주도와 통영, 중국에도 다녀왔다.
그런데 남자들 모임은 시들해진듯 했다. 다시 뭉치자는 걸 다시 한 번 쿨하게 거절했다. 우리끼리 잘 놀고 잘 지낸다.

한 번은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아마 바로 내 친구가 아니고 남편의 친구 부인들이니 나이도 한두 살 차이가 있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를 깍듯하게 챙겨서 인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잘 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고까지 쳤다. 원래는 밥 먹고 경주까지 온 김에 보문호수를 한 바퀴 걷는 것이 일정이었는데 비가 와서 차질이 생겼다.
한 사람이 집으로 가는 길에 운동화를 사겠다고 해서 아울렛에 갔다가 단체로 한 켤레씩 집어들고 회비로 사달라고 졸랐다. 여행도  못가는데 쌓인 돈은 어디 쓸 거냐. 경제를 살려야지. 모두들 한마디씩 거들어 총무가 결국 결재를 했다.


회비를 내어서 모아둔 돈이어서 결국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인데 모두들 횡재를 한 듯이 좋아했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있는 오늘이다. 그날이 그날인 것 같지만 같은 날은 없다. 하루하루의 표정들이 다 다르다. 오늘이 사무치게 힘들고 어렵더라도 내일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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