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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Nov 18. 2020

나의 착한 월동 준비 1

2020.11.18.수

지난 주에 여러가지 과일들이 생겼다. 나는 포도와 참외 외엔 다른 과일과 별로 안친하고 우리 집의 어른이는 친하지만 못 먹는 형편이어서 이웃에 나눠주고 파인애플 두 개는 남겼다. 썰어서 말려두었다가 겨울에 뜨거운 물을 부어 차로 마시면 좋을 듯 싶었다.

안먹고 안하는 소신을 갖고 있지만 파인애플차라니... 분위기 있을 것 같아서 기꺼이 삼십 여분을 투자해서 뚝딱 썰어서 건조기에 말리는 중이다.


아기 무우 대여섯 개도 함께 왔는데 무우는 김장 전에 깍뚜기로 담궈먹고 무우청은 살짝 말려 삶아서 된장에 머무려 꽁치 찌개를 할 참이다.



조선시대 아낙도 아닌데 하루 중 먹거리를 장만해야 하는 시간이 만만찮다. 추석 때 며느리가 마늘을 까주고 갔지만 아직 반 자루 정도 남은 마늘이 창고 어디쯤서 씩씩하게 촉을 내고 있을 터이다.


지금부터 마트에 잠깐 장보고 오는 길 둔치에 한 시간 걷기, 어른이 다섯 시 반에 저녁밥  시간에 댈려나 모르겠다. 점심에도 감자 깔고 갈치조림을 했다. 난 안먹었다.

남편  ; 맛있다, 당신도 먹어.

나 ; 안 먹어.

남편 ; 왜?

나 ; 빨리 먹어버리면 또 해야 되잖아!

남편 ; ?!


오늘도 책 세 권이 왔다. 시집 두 권 중 하나는 중고로 샀다. 배송료 땜에 신간에 묶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이사 올 때 열두 개의 책장 중 여덟 개를 버리고 왔는데 남은 네 개의 책장이 넘친다.


조선시대 아낙은 다음 생엔 조선시대 선비로 태어나야겠다. 마당의 나락이 비에 떠내려가도 모른 척 할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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