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종류의 책을 동시다발로 읽는다. 그전에는 한 권을 끝내야만 다른 책으로 넘어갔다. 그러다보니 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허덕였다.
하루에 몇 편씩은 시조나 시를 읽고, 독서수업을 진행하는 책과 단행본으로 배달되는 문우들의 책, 인터넷으로 사들인 책을 읽는다. 오늘 새벽엔 읽다가 둔 하루키의 에세이를 펼쳤다. 아직은 사위가 잠들어 있는 고요한 시간, 귤빛 스탠드 불빛이 따스하게 느껴져서 아, 이게 행복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회의에 가고 나는 김밥한 줄과 따뜻한 물 한 잔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넷플릭스로 영화 하나를 봤는데 영 찜찜했다. 내 사고의 폭을 넓힌 거라 위로 하고 넘어간다.
세 시 언저리, 내처 하루키의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를 읽고 있다. 얼마 전에 중고로 샀다. 시리즈 세 권 중 첫 권이다. 스냅 사진 같은 글이다. 감정을 싣지 않고 상황을 묘사하는 하루키 스타일이다. 요즘 들어 이런 글들이 좋다. 나도 연습을 좀 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