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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Dec 05. 2020

겨울 양식

2020.12.5.토

김장을 했다. 내가 전적으로 다 한 건 아니고 주위에 워낙 고수들이 많아서 슬쩍 숟가락만 얹었다. 고수들도 나이를 더 먹어 내가 숟가락을 얹지 못할 때가 올텐데 그땐 어쩌나 잠깐 걱정을 해봤다. 그러다가 사다먹던지 또다른 고수를 찾던지 하겠지 미리 걱정을 말자로 마음을 정했다.


결혼을 하고 몇 년동안 김장을 서울에 사시던 아버지가 기차를 타고 내가 살던 대구까지 가져다 주셨다. 몸도 불편하신데  그 무거운 김치를 갖고 오셔서는 손녀를 보고 하룻밤 주무시고 가셨다.

그러다가 아버지와 엄마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먼길을 떠나셨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첫해 겨울, 배추를 사다놓고 부엌에서 쪼그리고 울던 새댁이 바로 나다.



지금도 하자고들면 못할 것도 없는데 내가 못미더운 고수들이 나를 끼워주지도 않는다. 다른 일 신경쓰는 거 많다고 열외를 시켜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겨울 양식도 넉넉히 준비해놨겠다 이 겨울을 씩씩하게 잘 보낼 일만 남았다. 지난겨울은 남편의 와병으로 어렵고 힘들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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