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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Dec 08. 2020

당근

2020.12.8.화

분명 겨울인데도 오늘은 봄날씨 같이 햇빛이 따뜻해보인다. 모처럼 자전거를 타볼까 싶어 보았더니 앞바퀴에 바람이 빠져있다. 옆에서 바람 넣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해보았더니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있던 바람까지 다 내보내고 말았다. 낭패다. 남편이 집에 있어서 바람 좀 넣어달라고 부탁하면 해줄테지만 이때다 싶어 잔소리 한 바가지는 할 게 분명하다.

바람넣는 기구를 제자리에 갖다놓고 헬멧을 벗어 걸어놓고 다시 원위치 내 방으로 왔다.



하루키 에세이 한 꼭지를 읽었다. '당근'에 관한 얘기였는데 먹는 당근이 아니고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그렇다''네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당근'한다는 거였다.


책을 읽다보니 장비를 채리고 나섰다가 그냥 들어온 게 찜찜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가족들에겐 비밀로 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밖에 안하던 내가 자전거를 타겠다면 결사반대 할 게 뻔했다. 내 연식에 무리한 반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누가 한 번 뒤에서 잡아주면 탈 것 같았다. 옛날 오빠가 자전거 배울 때 보니 아버지가 뒤에서 한 번 잡아주니 일단 서고 나더니 그 다음부턴 곧잘 탔다.

어제 김치를 준 그 친구가 첫날 잡아주긴 했는데 나한텐 도움이 안됐다. 첫날엔 오 초도 못버티고 끝냈다.



집에 와서 <자전거 배우기> 동영상을 보았다. 우선 약간 경사진 곳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두 다리를 쭈욱 뻗고 균형잡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었다. 둘째날은 '당근' 성공이었다. 세째날부터 혼자서 타기 시작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자전거 바퀴 바람 넣기> 동영상을 찾았다. 다시 마당으로 나가서 실전에 돌입했다.'당근' 성공이다.

다시 장비를 채리고 한 시간 후딱 타고 왔다.

강 가의 나무가 햇빛을 받아서 노란 별들이 달려있는 듯 눈이 부셨다.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손전화기는 계속 확진자의 동선을 알리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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