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규정하는 여러 갈래의 용어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호모 루덴스'다. 즉 '놀이하는 인간'이다.
'놀이'가 바로 '밥'이 된다면 그것 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듯하다.
어젯밤엔 그전에 '사진'과 사귀고 있을 때 여기저기 올려놓은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특별한 것,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을 찍으려고 무던히 애쓴 흔적이 보인다.
다행인 것은 이제 그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세월의 힘이다. 가장 보편적인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 될 수 있음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멀리 나가야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집에 있는 날은 현관문을 나서지도 않는다. 날씨가 어떤가 살필 때도 내 방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내다보기만 한다.
방 안에서 카메라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폰으로 바로 넘길 수 있는데 폰을 바꾸고부터는 그게 안된다. 컴퓨터로 연결해서 옮기기가 귀찮아서 폰으로 다시 찍었다. 별로 마음에 안들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매사 까다롭게 굴지 말 것. 내가 노력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다. 나는 정말 말랑한 노인이 되고 싶으므로.
내 방을, 거실이나 주방을, 마당을, 동네 골목을 조금씩 찍어볼 참이다. 무언가 메시지를 던져보겠다고 잔뜩 힘을 준 사진 말고 주인을 닮은 말랑한 사진을 찍어야지, 하는 말랑한 생각을 하는 겨울 주말 오후가 아무일 없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