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숙 Dec 29. 2020

지금은 파종할 때

2020.12.29.화

내일부터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러 나왔다. 어제는 봄 같던 날씨가 오늘은 잔뜩 흐리고 바람까지 일기 시작한다.
추우면 추운대로 따뜻하면 따뜻한 대로 살 일이다.
일년 중 제일 한가한 시간이다.



수필을 세 편 써야 하는데 오래 손을 놓고 있어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제대로 작품이 될만 한 글감을 메모해두고도 여러 달이 흘렀다. 시작하면 써내려갈텐데 아직 마음 속에서 더 익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잘 쓴 수필은 문학의 백미이라고 생각한다. 피천득의 <인연>이나 김태길의 <초대>나 이양하의 <나무>는 익히 많이 알려진 작품이고 내가 좋아하는 맹난자의 <탱고, 그 관능의 쓸쓸함에 대하여>는 읽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한다.


수필은 형식이 없어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지만 제대로 쓰기는 어렵다. 자칫 수필을 수기와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신변잡기를 나열한 것을 수필이라고 내밀하기도 한다. 수필의 진가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여튼 일 월 한달 동안 제대로 된 수필 세 편을 쓰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빨리 쓰는 편이 아닌 나로서는 좀 버거운 과제이긴 하다.


강변 둔치도 겨울이라 황량하다. 장미 정원도, 튤립 정원도 지나가버린 풍경이 되었다. 그래도 한쪽에서는 여전히 내년 봄, 여름을 위해서 해바라기 씨를 파종 중이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내가 누릴, 누리게 될, 누리고 싶은 일들도 지금 파종을 해야한 가능한 일일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다시 집으로!

장미 정원의 시계탑이 세 시를 마악 지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네 한 바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