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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an 01. 2021

하루

2021.1.1.금

그전에는 아이들이 집에 오면 세 끼 밥을 해먹이느라 공을 들였다. 세 끼를 거의 밖에서 해결하는 것이 안쓰러워서 집에 오면 집밥을 먹이려고 애썼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늘 과식을 하게 되고 불편해했다.

내 편에서 보면 맹목적인 사랑이고 아이들 편에서 보면 부담스런 모정일 거라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다소 헐렁하게 하려고 애쓴다.  어제 저녁은 소고기찌개, 오늘 아침은 미역국을 먹였다. 점심 메뉴를 물었더니 며느리가 쏼라쏼라 얘길 한다. 뭐냐니까 중동음식이란다. 내가 할 수 있는 메뉴를 찾다가 내가 먹어본 인도 음식으로 합의를 보았다. 며느리가 편하게 하자고 해서 근처 인도 음식 전문점에서 포장을 해 왔다.

식성에 관한 한 한국 토박이인 남편은 한조각  먹어보더니 엊저녁에 먹은 찌개를 달라고 한다.

아이들은 음식이 모자란듯 해서 닭다리 여섯 개를 에어프라이어에 급히 구워서 소스에 찍어 먹는 것으로 점심을 마쳤다.



이렇게 먹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쓴 것은 새해가 되었어도 사는 건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주부인 나는 언제나 가족들의 끼니를 염두에 다.


그럼에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가 엔딩 장면에서 비장하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은 오늘의 태양과 내일의 태양이 엄연히 다르다는 말이다.

그전에는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고 사진을 찍으러 갔었다. 작년에는 남편이 와병 중이라, 올해는 아예 마음조차 먹지 않았다.

섭섭하여 사진 파일을 찾아보았다.


2017년1월1일

2021년 첫번째 하루의 세 시 언저리다.

남편과 며느리는 산책, 아들과 손녀는  낮잠, 나는 점심과 저녁 사이 다소 여유를 부리며 독서중. 지난 주와 같은 풍경이다.

사실 세 시는 참 기막힌 마술의 시간이다.

얼마 전, '세 시' 제목으로 단시조 한 편을 썼는데 모처럼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새로 시작하려는 이에겐 너무 늦지않은, 그만 포기하려는 이에게는 너무 이른, 마법 같은 시간이다. 그렇지 않은가?


새해 일 년이 다시 열렸다. 일 년도 하루부터 시작한다. 날마다 사는 '하루'가 삼백예순다섯 번이 모이면 일 년이 된다.

오늘이 그 첫번째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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