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의 생일이다. 아이들은 지난 달 두 번이나 다녀가서 이번에는 오지 말라고 했다.
내 인생에 등장한 네 남자, 아버지와 오빠와 남편과 아들. 앞의 둘은 기념일을 기념하는 쪽이고 뒤의 둘은 기념일을 묵념하는 쪽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 나는 기념일을 덤덤히 넘어가는 것을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아버지는 온갖 날에다 이유를 달아서 기념하기를 좋아하셨다. 그 아들인 오빠도 마찬가지였다.
시골에서 자란 남편은 기념일이란 게 따로 있지 않았다. 요즘도 사람들 앞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익의 촛불 끄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올해는 아무도 오고 가지 않으니 남편은 은근히 좋아라 한다.
그래도 기념일을 기념하는쪽인 나는 어제 밤 늦도록 빈대떡을 부쳤다. 아침에 미역국을 끓이고 팥밥을 해서 남편의 생일상을 차렸다.
사무실에서 아침에 떡케익과 꽃다발을 보내왔다. 아이들과 사무실에서 보내온 축하금은 반으로 나눴다. 돈에 관한한 남편은 별로 관여를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