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추억 한 줌

한 장씩 넘기는 일상

by 김제숙

시나브로 비가 내린다.

봄비치고는 좀 많이 내리리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오전에 문상을 갔다가 바로 점심 모임이 있었다.

죽은 자는 잊혀지고 산 자는 살기 위해 다시 먹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마음은 복잡미묘하다.

휑하니 뻗어있는 오후 시간.

숙제처럼 읽어내야 할 책도 몇 권 있고, 책장 정리도 내 손을 기다리고 있지만...게으름 피우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마음 하자는 대로 할거다.


비 오는 날의 추억 한 자락을 끄집어낸다.

얼마 전 비오는 날 아침, 모캄보에 갔다.

커피를 사서 나오는데 서가에 놓인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가서 보니 사진책이었다.

'사랑하는 영혼만이 행복하다'

는 부제가 적혀있고 옮긴이는 시인 정현종이다.

우선 사진 한장 찍고 집에 와서 검색해보았더니 아쉽게도 중고는 없었다.

표지 사진으로 원고지 열 장을 써볼 참이다.

《프레임 안에서》는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할 수 있는 사진책이다.

중고가 있어서 얼른 샀다.

강의를 하면서 늘 '행복하자'고 강조했다.

생각해보니 행복은 사랑을 전제하고 있다.

올해는, 그 사랑에 대해 공부해볼 참이다.

사진책《LOVE》에 나오는 사진들처럼, 드라이하지만 울림이 있는 글을 한 열 편쯤 쓸 수 으면 좋겠다.

좀 과하지만 욕심을 내본다.

얼마 전, 오스트리아에서 모짜르트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던 중 찍은 사진이다.

이 사랑의 맹세들은 아직 유효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 사람만 오래도록 사랑해야 하는가, 그럴 수 있는가.

세월을 살만큼 살았지만 선듯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랑'이라 말 할 때는 목이 메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새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