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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ul 01. 2020

새날, 오후 3시 ​

2020.7.1.수. 시작이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빠르게 느껴지는 듯하다. 하루 종일 바쁘게 종종 거리지만 늘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하는 생각에 늘 마음이 무거웠다. 그럴 바에야 하고 싶은 것들을 하자고 생각했다. 그 중 하나가 '쓰는 일'이다.


며칠 전 『3시의 나』라는 제목의 책이 있는 것을 알았다. 검색을 해보니 아사오 하루밍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일 년 동안 매일 3시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그림과 글로 소개한 책이었다.     


이거다 싶었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즉시 3시에 알람을 맞춰두고 3시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이어리에 몇 줄 글도 남겼다. 매일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되 글을 올리는 것은 한 달에 네댓 번으로 할 생각이다. 행동반경이 그다지 넓지 않고 매일 거의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터라 비슷비슷한 글쓰기가 될 게 뻔하다. 그러나 그 중에 특히 마음에 가는 날이 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는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게다가 능력 이상으로 계획을 잡으면 중간에 포기하기 십상이다. 이 세월 위에 서니 욕심 부리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는 기술이 늘었다. 나이가 주는 장점이다.    


어제는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는데 3시 알람이 울렸다. 6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해야 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 오늘 7월 1일이 여느 날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점심을 먹고 장을 보려고 마트로 가는데 알람이 울렸다. 웬 남자가 친절하게 3시라고 알려주며 즐거운 하루가 되란다. 고맙긴 하지만 그런 멘트는 부담스럽고 좋아하지 않아서 단순무식하게 알람음만 연결되면 좋겠는데 그것 처리하려면 삼십 분은 족히 폰을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아서 오늘은 그만 통과하기로 했다.

옆에 앉은 남편에게 설명은 나중에 할테니 사진 두어 장 찍어달라고 했다. 영문도 모르는 모범생은 슬쩍 인상을 썼지만 후환이 두려워서인지 성의없이 찍어주긴 했다.


내친 김에 아사오 하루밍의 『3시의 나』를 주문했다.     



 

                                                 2020.6.30,  20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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