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국을 끓이니 따라나오는 이야기

한 장씩 넘기는 일상

by 김제숙

그저께 독서모임 개강하고 밥집에 갔더니 북어국이 나왔다.

'요리 선수' 친구가 주인장에게 레시피를 물었고 옆에서 나는 슬쩍 주워들었다.

입안이 온통 헐어서 며칠동안 먹는 거라곤 숭늉이나 과일즙 정도였다.

오늘 병원에 검사하러 가느라 그나마 부실하게 먹던 끼니도 건너뛰었다.

병원 가기 전, 주워들은 대로 국물을 내려놓았다.

병원에 다녀와서 후다닥 끓여먹으려고.

바쁜 Mr.바른생활(남편의 별명)은 후다닥 끓인 북어국을 후다닥 먹느라고 제대로 음미하지 않는 것 같았다.

친구에 비해 실력도 관심도 떨어지지만 북어국은 후다닥 끓여야 하는 것 쯤은 안다.

나는 혼자서 천천히 먹었다.

이실직고 하자면 나는 밥을 새로 해서 먹었다.


'으~흠, 이게 행복이 아니고 뭐란 말이냐?'

박웅현의 《여덟 단어》를 세 번째 읽고 있는데 거기에 '개처럼 살자'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를 살라는 말.

지금에 충실하고 행복하라는...

많이도 아니고-많이 주면 부담스럽다- 딱 세 번 구워먹을 만큼 안동간고등어를 준 교회가족도 고맙고, 내게 코 꿰어 일주일에 책 한 권 알현해서 안면터야 하는 나의 <맛있는> 팀원들, 또 여의치 않아 담학기를 예약해 놓은 여러 선생님들도 눈물나게 고맙다.

그대들이 아니면 내가 이렇게나 책을 열심히 읽었겠소? 암튼 복 받을겨!

오늘 병원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유레카 ㅋ!


해야할 일이 엄청 밀려있지만, 의사께 꾸지람 듣고 사 일치 약 + 한 달치 약을 받아왔지만, 행복하다고 외친다.

이제 밤시간, 커피 한잔 마시며 새로 나온 연애소설 한 권 뗄 참이다.

담 학기에는 달달한 연애도 함 다뤄볼 작정이다.

요즘도 그런 맛난 연애가 있긴 할런지 잘 모르지만.


그러고 보니 내일이 아들 생일이다.

내 눈에는 가슴아리게 '아름다운 청년'인데 범사회적으로 보면 '고달픈 청년'이다.

폰으로 얼핏 보다보니 하루 열몇 시간 일하고 한달에 오십오만 원을 받는 청년도 있단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청춘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자 한 방과 계좌이체로 날아갈 얼마간의 생일빵값...

오학년 어미도 울컥 서러운 마음이 든다.

(친정엄만 서울 계시고 어머님이랑 아기 낳으러 가던 그때로부터 참 멀리 왔구나.

잠시 감상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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