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동거

한 장씩 넘기는 일상

by 김제숙

봄이라 꽃 사진을 찍어볼까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아무리 마음을 비울려고 해도 좋은 사진에 대한 열망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갈망만 그득하면 뭐하나 실력이 없으면 시간이라도 충분히 들여야 할텐데 그것조차도 여의치 않다.


사진은 느리고 고요하게 다가가야 한다.

그러나 운동까지 겸해야 하는 나는 늘 빨리, 멀리이다.

그러니 재빨리 사물들을 스캔해야한다.


전봇대와 아직 봄에 들지 못한 나무 한 그루가 물 댄 논에 잠겨있다.

전혀 다른 사물이 한 공간에 기거하고 있다

서로 밀어내지 않고 잘 지내고 있을까.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건다.

유유상종이라고, 사람들은 서로 비슷해야 좋아한다.

정말 그럴까?

요즘 내가 갖고 있는 의문이다.

그래서 너른 들판에 꽃들도 지천인데 이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살아 있어서 왕성한 생명력은 때로 힘겨울수도 있지 않을까?

내 것 아닌 것을 넘보다가 홀로 낯뜨거운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러면 말이 없어 무두뚝하긴 해도 항상 변함없이 우뚝 서 있는 전봇대가 나무에겐 위로가 되지 않을까?

늘 그 모양 그대로 있어야 하는 전봇대의 삶은 또 어떨가?

철 따라 옷을 갈아입지도, 뻗어나가지도 못하는 삶에 얼마나 자주 좌절했을 것인가?

그런데 옆에 자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나무가 옆에 있으니 그 또한 위안이 되지 않을까?

사람들도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작히나 좋을까.


봄꽃은 간곳없고 엉뚱한 곳에 마음을 빼앗겨 이런 생각들을 했다.

결국은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자는 뻔한 얘기다.

살다보면 그 뻔한 이야기가 사실은 삶의 정수다.

다음 달에 있을 그룹전 사진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생각이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슬픈 일도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

사진전의 주제이다.


공교롭게 이 날 찍은 목련은 다 상처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그 상처도 힘이 된다.

살아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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