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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ul 26. 2020

생일 이야기

2020.7.26.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때는 부산에서 쌀가게를 크게 하실 때였다. 베이비 붐 세대인 나는 정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국민학교 1학년 때 나는 12반이었는데 우리 학교는 14반까지 있었다. 85번인 내 뒤로도 스무 명 남짓 아이들이 있었으니 도대체 전교생이 몇 명이었을까. 미군이 쓰다 버리고 간 양철 막사까지 교실로 쓰고 오전, 오후반으로 나누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무튼, 나는 그런 시절에 태어났다.

문제는 오전부터 산통이 있었는데 당시 우리 가게에는 저녁마다 퇴근을 하면서 봉지쌀을 사가서 저녁을 지어먹는 집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가게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단다.

대신 뱃속의 아기에게, "얘야, 조금만 더 있다가 만나자. 엄마가 일을 마쳐야 하니 조금만 더 있으렴." 했다는 거였다. 아기는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단다. 결국 밤이 되어 가게문을 닫고서야 내가 태어났단다.

어린 시절 너무 순둥이었던 나를 보면서 세상을 어찌 살아갈까 걱정이 많으셨단다.

"개 띠는 낮에 나야 팔자가 좋은 건데." 하시며 생전의 엄마는 많이 미안해 하셨다.

엄마는 괜한 걱정을 하셨다. 앞에 놓인 삶을 살아내느라 씩씩하다 못해 나는 싸움닭이 되어버렸다.

나중에 엄마를 만났을 때 너무 변해버린 나를 아보지 못할까 걱정이다.

아기가 아파서 아이들은 못오고 돈만 부쳐왔다. 휴가 때 오시면 그때 생신상 차려드릴게요, 한다.

교회가족이 미역국을 이고 잡채도 많이 해서 점심 때 잘 나눠 먹었다.

남편이 저녁은 어디로 먹으러 갈까?, 한다. 아들이 못왔으니 남편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

그도저도 귀찮은 나는

"일없어, 그냥 쉴래."


오늘 3시 무렵 풍경 스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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