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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ul 31. 2020

사진 한 장의 설득력

2020.7.31.금


원래의 계획은 점심을 먹고 바닷가 시장에 전복을 사러가기로 했었다. 장마가 끝나자 아직 습기도 채 마르기 전에 기습적인 더위가 덮쳤다. 결국 저녁 무렵에 나가기로 하고 집안에서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 할일을 멈추고 독서 중. 여름에는 정말 잘 쉬는 게 중요하다, 라고 게으름을 두둔한다.


오전에 잠깐 나갔다오긴 했다. 사진 '하는' 지인이 어젯밤 전화가 와서 11월 전시회 계획 중인데 도움을 달라고 해서 내가 아니고 정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주고 왔다.

여기서 잠깐, 그림은  그린다고 하고 글도 쓴다고 하는데 사진 바닥에선 사진을 찍는다 하지 않고 사진 '한다'고 한다.

여튼, 나도 오늘 한 건 했으니 오후엔 느긋하게 놀아도 된다.


떡 만들고 사진하는 지인의 떡집


사진 하고 싶은 나도 나간 김에 몇 장 찍었다.

예전에는 차려입고 하이힐을 신었어도 큰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다녔는데 요즘은 똑딱이도 갖고 다니지 않는다. 내 사진 스승은 제발 똑딱이라도 가지고 다니라고 사정한다. 사진 깊이가 다르단다.

그 깊이를 포기하고 나니 몸은 가벼운데 마음은 무겁다.



정말 좋은 한 장의 사진은 백 마디 말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평생에 한 번이라도 그런 사진을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목이 멘다.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 떠내려온 시리아 난민 남자아기 쿠드리의 주검 사진이나 월남전 때 민간인 마을에 무차별 폭격으로 불 타는 옷을 벗어던지고 공포에 떨며 울부짓는 여자아이 킴 푹 판 타이의 사진이 그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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