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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Aug 01. 2020

100만원

2020.8.1.토

오래 비가 온 뒤라 햇볕이 나도 습기로 후덥지근 하다. 그래도 어제 하루 견뎠더니 지낼만하다.

단골 옷가게에서 할인 안내 문자가 왔다. 이제는 옷을 더 안사도 충분히 지낼텐데 다음 주가 휴가여서 자동차 점검하러 가는 길에 들렀다가 낚였다. 나는 주로 계절이 지나고 옷을 사는 편이다. 이월 상품이라 거의 반값인데 당장 입지 않고 옷장에 걸어두고 기다리는 재미도 있다. 가을 옷을 샀으니 이제 가을을 기다려야 한다.


주차하고 시청 근처 매장으로 가다보니 토요일이라 쉬는 가게들이 많다. 그 한적한 거리에서 한 할아버지가 비에 젖어 무거운 박스들을 힘겹게 접고 계신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는 날씨인데, 지나쳐 오면서 울컥, 한다.

바로 좀전에 본 텔레비전 프로에 연예인이 나와서 문제를 맞히고 그 자리에서 상금 100만원을 받는 것을 보았다. 저  사람은 저 돈을 어디에 쓸까 싶었다. 그에게는 있어도, 없어도 되는 돈. 저 할아버지에겐 100만원이 어떤 돈이 될까?

세금을 미루지도 않고 떼먹지도 않는, 그거 하나는 자신 있는, 아무런 힘도 없는 아줌마가 생각만 많다.


7월 1일부터 <아무튼 3시>에 하루도 빼지 않고 사진을 찍고 글을 올렸다. 그리 힘들거나 부담스럽지도 않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지만 일상에게 말을 걸어보자 작정한 건 잘한 일이었다. 내 삶의 무늬가 어떤지, 이런저런 일상사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어떤 옷감을 만들어 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생일날 받은 꽃다발을 풀어서 늘어놓았다

바람이 오며가며 만져본다. 꽃이 말라가는 것을 보며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오래 전 읽은 강유일의 소설에 8월을 헛되이 보내면 9월엔 앓아눕는다는 구절이 있었다. 소설의 제목도 내용도 다 잊었는데 8월만 되면 그 구절이 생각난다. 9월에 앓아눕지 않으려면 제대로 살아야 하는, 그 8월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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