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문제를 밖에서 찾지 않기로 했다

에스겔 18장

by 연휘

살다 보면 유독 입안이 쓴 날이 있다. 일이 꼬이고 마음이 허전할 때, 나는 습관적으로 그 이유를 밖에서 찾는다.


"그때 그 사람만 아니었어도..."


"형편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내 삶의 어수선한 현실을 직면하기보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그럴듯한 '남 탓'을 찾아내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썼다. 핑계를 대고 있으면 적어도 지금의 내 초라함이 내 잘못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에스겔 18장에는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 유행하던 묘한 속담이 하나 나온다.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었는데, 왜 아들의 이가 시린가?"


이 말 속에는 아주 교묘한 핑계가 숨어 있다. 내가 지금 고통스러운 건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조상들이 지은 죄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즉, "내 인생이 이 모양인 건 내가 어쩔 수 없는 환경과 내력 때문이다"라는 항변인 것이다. 2,6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내가 책임져야 할 고통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데 아주 능숙하다.


5화에서 우리가 수치심 때문에 하나님을 피했다면, 6화의 우리는 핑계 뒤에 숨어 변화를 거부한다.


핑계는 달콤하다. "누구 때문에"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고쳐야 할 당사자가 아니라 위로받아야 할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피해자로 머무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노력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대가는 가혹하다. 내 불행의 원인이 타인에게 있다고 믿는 순간, 내 행복의 결정권 역시 그 사람에게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상대가 사과할 때까지, 혹은 환경이 좋아질 때까지 내 행복을 미루는 것은 나를 아프게 한 사람에게 내 인생의 주도권을 통째로 내어주는 일과 같다. 하나님은 핑계 뒤에 숨어 웅크린 우리에게 물으신다.


"너희가 어찌하여 아직도 이 속담을 입에 담으며 남 탓을 하고 있느냐?"


사명이란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그것은 대단한 업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비겁한 핑계를 멈추고 내 삶을 내 손으로 직접 돌보기 시작하는 일이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이것은 나의 삶이며 오늘 내가 해야 할 선택입니다" 라고 인정하는 찰나, 우리는 비로소 상황에 끌려다니는 '포로'에서 벗어나 내 삶을 가꾸는 '주인'이 되는 것이다.


타인이 망쳐놓은 것 같은 황폐한 일상마저도, 하나님이 지금 나에게 맡기신 유일한 현장임을 받아들이는 것.


억울함에 매몰되지 않고 오늘 내게 들려오는 세미한 음성에 반응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오늘 다시 시작해야 할 사명의 첫 걸음이다.




"사랑하는 자야, 이제 남을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내 눈을 맞춰보렴. 네가 그토록 지키려 애썼던 그 마음들을 이제는 내 앞에 가만히 내려놓아도 괜찮단다. 네가 '이것은 나의 삶입니다'라고 말하며 내 손을 잡는 지금, 나는 너와 함께 걷고 싶구나. 남들이 말하는 정답이나 그럴듯한 이유를 찾는 대신, 오늘 네게 주어진 이 평범한 자리를 나와 함께 성실하게 돌보지 않겠니? 그곳에서 시작될 우리의 이야기를 나는 오래도록 기다려왔단다. 자, 이제 내 손을 잡으렴. 우리, 같이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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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예고]
7화 부터는 핑계를 멈추고 내 삶을 정직하게 책임지기로 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약속하신 '새 마음'과 '새 영'이 어떻게 우리의 메마른 일상을 다시 숨 쉬게 하는지 그 회복의 여정을 이어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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