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은 만나야 한다, 나를

마지막 이야기

by Lisa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비워낼 곳이 필요했다. 무작정 글을 썼다. 살면서 여러 종류의 글을 써왔지만 내가 주인공인 글은 처음이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내면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나약해 보일까 봐, 여전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러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내면의 힘도 커졌다. 나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나게 됐다.



그 후로 편안해졌을까?


지금은 종영했지만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프로그램을 매주 챙겨 봤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보며 어렴풋이 나를 이해하고 위로받았다. 때로는 아픈 과거사나 복잡한 내면을 고백하는 사람들을 보고 "저런 이야기를 방송에서 공개해도 되는 거야?"라고 되레 출연자를 걱정하기도 했다. 아픔이 약점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니까. 그들은 아픔을 고백한 후 오히려 편안해졌을까?


가끔은 분위기에 취해 아무 말이나 내뱉어 놓고 뒤늦게 후회할 때가 있다. '아, 이 얘긴 하지 말걸.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 어쩌지?' 듣는 사람은 뒤돌아서면 잊어버릴 텐데, 실체 없는 불안을 맹신했다. 브런치 글을 연재하면서도 자주 생각했다. '아, 이렇게까지 쓰진 말 걸. 다른 표현을 쓸 걸 그랬나?' 마찬가지로, 읽는 사람은 뒤돌아서면 기억도 안 날 텐데 말이다.


10번의 글을 쓰고, 후회하고, 다시 쓰고, 용기 내면서, 남들 보이기 부끄럽고 미운 모습이라도 나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마음에 상처가 될 만큼 크게 느껴졌던 일도 글로 비워내니 이제는 사소한 일처럼 느껴진다. 나 자신조차 몰랐던 속마음을 매주 글을 쓰며 만나게 됐다.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불필요한 찌꺼기를 비우면서 비로소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진짜 보석을 만난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편안해졌을까? "네. 이제는 정말로 편안합니다"



내 삶에 당당해지기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좋은 학벌, 좋은 차, 좋은 동네, 좋은 아파트, 높은 연봉과 끊임없이 비교했다. 남들처럼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 가고, 때맞춰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커리어도 육아도 다 잘 해내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싶었다. 성공의 기준을 사회적 성취와 물질로 보았다. 항상 높은 곳을 보고 있어서 만족함이 없었다. 늘 어딘가 부족했다.


부서진 마음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매면서 알게 됐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기 위해 내 몸을 자르고 부수고 있었다는 것을. 그동안 무시해왔던 허름한 나의 옷 조각이, 사실은 내 몸에 꼭 맞고 가장 편안한 사랑스러운 옷이었음을 깨닫는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할 유일한 동반자인 '나'를 내가 책임지고 예뻐 해주지 않으면 그 누가 나를 사랑해 줄까. 그동안 스스로를 못살게 굴고 괴롭히고 상처 줬던 나지만, 착한 내면의 나는 다시 잘 지내보자며 화해의 악수를 건넨다. 살쪄도 괜찮아, 똑똑하지 않아도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내 삶은 이만하면 꽤 근사해!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우리의 잘못이 아니에요>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소심한 용기로 시작했지만 공감해 주신 한 분, 한 분 덕분에 큰 힘을 얻고 위로받고 다시 용기 내게 됐습니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토닥여주신 당신 덕분에 누군가는 어제와 다른 새로운 일상을 살아갈 힘이 생겼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잔잔하게 행복할 수 있는 평안한 날들이 항상 함께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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