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같은 그대에게

by 지구 사는 까만별




날이 좋아 집을 나섰어요. 우리 가족이 사는 작은 세상에서 나오면, 작고도 거대한 동네라는 세계가 펼쳐집니다. 동네는 맨 몸으로 추위를 견디고서, 시린 눈꽃을 기억하듯 시리게 빛나는 벚꽃을 피웠습니다. 나풀나풀 스친 꽃잎에 하이얀 내 옷자락에도 공평히 꽃향기가 묻어납니다. 꽃바람에 취해 하늘하늘 걷다 보니 어느새 어느 학교의 교문을 통과해버렸습니다. 학교는 젊음에게 축복하듯 꽃비를 내려주고 있었고, 마음만은 다시 봄을 맞은 저도 그 청춘의 대열에 왜인지 들고 싶었나 봅니다. 청춘이 위를 닿고 싶어 하듯, 제가 청춘에 닿고 싶어 하듯 교정의 벚꽃나무를 향해 고개를 제껴, 따스한 날 다시 핀 눈꽃을 바라봅니다.


봄날에 개화한 하얀 눈. 옷도 없이 겨울을 이겨내고선, 나무가 다시금 구현한 겨울은 저들이 겪은 것과 달리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그들이 따뜻한 날에 겨울을 회상하듯, 그들은 자신의 절정에도 다음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겨울을 겪어본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나무를 휘감으면, 꽃잎은 저를 떠날 수밖에 없음을. 그렇게 그들의 여름은 꽃을 잃고 뜨겁도록 슬플 것을.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눈은 꽃비가 되어 바람을 타고 내려옵니다. 차가운 바닥에서 짓이겨지다가 곧 봄비와 함께 쓸려버릴지라도. 겨울을 버티고서 아름답게 추위를 그려내는 것과, 피어난 그들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미련 없이 떨어지는 눈들. 그들의 개화는 진정 승화입니다.


웃고 있는 존재 앞에서는 저도 미소를 짓습니다. 경험에 의해 그들의 결말을 앎에도, 그들은 어느 시처럼 떨어질 것을 앎에도 피어있기에. 오늘은 계절과의 이별을 미리 생각하지 않고 지금에 충실할 순간입니다. 꽃집에서 한 다발 사는 것도 망설이는 제가 한 터널의 꽃잎들을 마주합니다. 마주한 두 존재 앞에 피아노 소리가 귀에서 흘러 나옵니다. "Cherry blossom", 커다란 검은 몸에서 작고 하얀 마음을 피우는 상대방을 위한 헌정곡입니다.


곳곳에 꽃 같은 청춘들이 꽃처럼 나부끼네요.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하얀 잎과 닮았습니다. 그러나 청춘에게 불어오는 바람은 더 거셉니다. 꽃과 달리 그들의 결말을 모르고 맞아야 하는 바람이기에. 그래도 오늘만은 청춘들도 여기저기서 나부끼며 봄을 만끽합니다. 개화한 청춘의 찰나는 미정 속에서 뿌리를 내립니다. 그들의 봄은 그렇기에 진정 승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