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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Jul 24. 2023

문학관 옆 문구점




물기 머금은 햇살이 수시로 내뿜고 부유하던 습윤한 오후. 짙어가는 여름숲의 녹음은 밀물이 되어 여름을 흔들며 출렁입니다. 뜨거운 김이 서리듯 몽글몽글 연못에 그리움이 끓어오르면 개구리밥은 시원함을 잊고 조용히 가라앉아 수면은 투명합니다. 이제 나는 자리에 앉아, 하이얀 백지 위에 아로새겼던 인물들을 연못 위로 나지막이 불러봅니다.



검은 글씨로 태어난 인물들은 각각의 체액을 바르며 후텁지근하게 살아갑니다. 생명선을 담은 문체는 심해와도 같아 학창 시절 저는 이야기들에 빠져 살았습니다. 작은 방에서 잠시 눈을 떠서 맨 정신에 꿈을 꾸며 저는 성인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소란하여 두렵고, 고요하여 끔찍했을 다사다난했을 그 시절을 저는 감히 짐작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역사의 소용돌이가 있었기에 고고한 선생님 문장은 더욱 찬란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 부족한 생각을 하며 저는 정원을 나옵니다.





선생님, 당신의 마당에는 오늘도 풀이 자라나고 있음을 아시는지요. 척박하고 소란스럽던 시간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대지 위에는 생전에 선생님 손길이 오갔을 나무들이 여름을 맞았습니다. 꽃나무들은 주인댁의 문장을 닮아 선연하게 제 색으로 피었습니다. 선생님의 흔적을 우매한 눈으로 우러러봅니다. 선생님께선 동상처럼 엷은 미소를 띠며 어리고 약한 저를 바라만 보셨지요.



하얀 2층 건물을 둘러싼 초록 마당엔 여전히 나무가 관리되어 있습니다. 새하얗던 건물에 회색빛이 섞여가도, 선생님은 글로서 항구행인을 빠뜨릴 수 있는 강한 임을 확신합니다.



하얀 집을 나오면서, 고단한 세월을 담은 연못처럼 일행은 침묵을 지킵니다. 역사의 소용돌이가 있었기에 더욱 찬란한 문장이 아니라, 역사의 소용돌이에도 글을 완성해 낸 소담하고도 위대한 집에 저는 자꾸만 연못의 끝을 바라봅니다. 연못 아래에 오필리아를 만나, 소녀가 희생에서 벗어나 길을 걷는 상상을 하듯이...



반딧불이와 달빛 아래서, 다른 땅을 디디며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의 형상이 연못에서 마지막으로 보이다 사라집니다. 총포가 오가는 환경에서도 마침표 찍는 것이 작가의 숙명...

이 글에 찍는 서투른 점들로, 저는 작은 서재에서 글의 나아감을 수련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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