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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Dec 14. 2023

명암의 수미상관



 오늘만은 당신의 깊은 뜻에 닿을 수 있을까요. 나는 당신을 온전히 담아내고 싶다는 제법 예술가 같은 열망으로 콘크리트 건물에 도착합니다. 도시에 솎아진 산새 소리도 온전히 지나가는 조금 외진 건물에 빛이 있습니다. 빛을 만나고자 나는 기꺼이 새까만 어둠이 되어 당신께 다가갑니다.     


 사실 당신을 향한 걸음이 오늘이 처음은 아닙니다. 화가보단 회화에 궁금증이 있었던 나는 다소 현대인 같은 접근법으로 당신을 처음 만났습니다. 어떤 마음에도 담담히 과거를 드러내며 조명받던 당신. 그러한 흔적들에 여운이 남아 당신을 나의 시점으로 남기고 싶어 졌습니다. 다시 공간에 찾아온 관람객에게도 당신은 믿음직하여, 나의 무지와 무심으로 놓쳐버린 빛의 파편을 주워 담아도 인자한 빛으로 나를 씻어 주었습니다. 여전히 궁핍한 어둠으로서 그대에게 다가가지만, 당신은 여전히 눈썹의 움직임마저 섬세한 빛으로 잡아버리며 입구에서 주춤거리는 저를 단숨에 암실에 들여보냅니다.     


 당신의 작품이 있는 곳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시설은 지나치게 깨끗하고, 관람객들도 모두 소리를 낮추어 말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그림은 그림으로 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자 부단히 노력합니다. 자연스럽게 길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세상에 족히 있을법한 채광으로, 자연스러운 상황에 던져줍니다. 언제나 어둠 속에 있던 사람들에게, 등잔을 주어 영원히 조명 속에서 남게 한 당신. 나는 언제 당신의 뜻을 글에 담을 수 있을까요.     


 비범한 당신은 평범한 것들을 그렸고, 세풍에 꺾이지 않고 자신만의 날개로 비상하고자 했습니다. 그래도 바람은 거세어 당신의 자화상에는 점점 고뇌가 올라옵니다.

 순탄치 않은 당신의 삶처럼 당신의 위대한 산물이 후대에 전시된 벽에서 후광이 비치는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전시상황에 사람처럼 숨어 다녀야 했던 그림의 운명이 노년의 당신을 닮았으나, 오늘날에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안착하여 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편히 쉬고 계신가요.     


 붓, 분필, 에칭용 조각칼로 세월에 부식하지 않을 영원을 새기며 예술의 혼을 불태운 당신. 그 옆에는 몇 번이고 미술관에 찾아와도 당신을 온전히 담을 수 없는 부족한 제가 있습니다. 평범하고 가난한 약자들을 향한 당신의 마음 옆에 저울로 잴 수 없는 무거운 욕심이 있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올곧은 신조 옆에 여론에 두려워하는 작은 심장이 있습니다. 당신이 포착해 낸 건 빛 아래서 어둠을 숨기고자 한 결여된 제가 아닐까요.     


 미술관을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된 나의 글은 미술관을 나오고서도 완성된 것이 없습니다. 어둑어둑한 하늘처럼 종이 아래도 정해진 활자 없이 검게 물들어갑니다. 나는 결코 화가에 대한 온전한 글에 닿을  없을 니다. 그럼에도 이 서(書)의 결말은 밝은 날 바싹 마른 종이처럼 나는 체념을 잊을 것입니다.     



 나는 화가의 뜻에 닿기 위해, 다시 미술관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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