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문장은 참 기쁜 말이다.황새는 행복으로써 바구니에 아이를 물어다 주고, 우리는 누군가의 행복이 되길 염원하며 살아간다. 행복하려고 산다는 말도 흔히 주고받는다.
그러나, 그 행복이라 함은 지극히 인간 중심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된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보물'의 행복은 정녕 보물이 느끼고자 하는 행복이 맞을까?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본 건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너무도 귀여운 디자인. 하얀 곰돌이가 검은 얼룩이 져있고, 하루종일 대나무만 먹다 나무 위에서 잠이 들기를 반복한다. 그 평화에 나와 닮은 산고를 겪으며 엄마가 되어가는 공감이 더해졌다. 손바닥보다 더 작은 새끼를 낳기 위해 홀로 아파하고, 날카로운 자신의 발톱이 갓 태어난 아기에게 상처 입힐세라 입으로 물어 품에 안고 젖을 물리고서야 안도의 거친 숨을 몰아쉬던 모습에 우리의 엄마들을 겹쳐볼 수 있었다. 그때의 숙연함 이후 여유가 생기면 어김없이 판다가 보이는 디지털 창가로 달려간다.
가볍게 만난 판다들은 인간을 많이 닮았다. 사람이 인형탈을 쓴 거 아닐까 싶을 만큼 장난스러웠고, 사람에게도 사랑을 표현해 주었다. 산고로 힘들게 낳은 자신의 새끼를 사육사 앞으로 물고 와서 보여주기도 하고, 육아로 지친 어미 판다가 친정아빠에게 도와달라는 듯 사육사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오늘의 창 너머엔 대나무를 씹는 어미 판다의 시선이 있었다. 덩치 큰 어미 판다의 방 너머 또 다른 방에서 쌍둥이 판다가 사육사 장화에 매달려 장난치며 노는 모습이 보인다. 대나무를 부지런히 뜯는 엄마 판다의 모습, 심지어 새끼들과 등을 지고도 편하게 식사하는 뒷모습에서 친정에서 편안한 밥을 먹던 내가 떠올랐다. 내 새끼를 생각하지만, 해산을 하며 친정엄마에게 잠시 아이를 넘기고 밥을 먹을 때는 전혀 신경 쓰이지않았다. 아기 판다를 수유 하다 사육사가 손바닥으로 새끼를 잡아주니 꾸벅꾸벅 졸기도 하는 어미 모습에서 신뢰앞에서경계를 푸는 판다를 더욱가깝게 생각했다. 평화로운 판다는 사람과 닮았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더 빠져들었다.
그러나 영상을 볼수록 느껴가는 것은, 판다는 결국 인간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수컷은 육아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엄마의 훈육은 인간의 힘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빠를 일절 만나지 않는 가족을 보며 우리가 비정하다고 말할자격은없었다. 판다 가족의 이름에 들어간 기쁨, 사랑, 행복, 슬기, 빛.이 모두가 인간이 정하여 강조하던 가치이기에...
아빠 판다의 기쁨은 가족 상봉이 아니며, 엄마 판다의 사랑은 언제나 부드럽게 대하는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여, 판다 어린이들의 행복과 슬기와 빛 또한 어쩌면 시끄러운 놀이공원이 아닌 바람 소리만 왕왕 이는 대나무숲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장성한 첫째 푸바오에 이어 둘째 쌍둥이 아기판다도 방사장에 나가기 위해 조금씩 영역을 넓히며 훈련하는 모습이 보인다. 콩고물을 묻힌 듯 노르스름하게 사랑을 한껏 묻힌 채 밖으로 나가는 모습에서 역시나 기어 다니던 내 아이를 겹쳐본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방사장에 의젓이 나갈 때가 되면, 판다 생의 행복을 위해 의연하게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판다를 좋아하기에 판다가판다답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육식동물로 태어났지만 대나무를 먹고 살아가는 초식동물, 사냥이 필요한 약육강식의 야생에서 살기보단 어쩌면 평화로운 공원이 더 어울려 보이는 그들... 어쩌면 야생보다 놀이동산이 어울려 보인다는 것 또한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우리 인간의 생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오늘도 판다네 집에는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
꼬물꼬물...아기들의 소리,
푸시럭푸시럭... 엄마의 대나무 먹는 소리,
쓱쓱 싹싹... 사육사의 청소하는 소리.
어떠한 미래를 앞에 두고서라도,오늘을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이 내는 경이로운 노래를 작은 창으로 행복하게 들여다본다. 놀이공원 아래서 바오 패밀리와 사육사님이 만드는 아름다운
동화가 마침내 모든 등장인물의 행복으로 견인되기를.
이 글을 러바오, 아이바오, 푸바오, 루이바오, 후이바오 다섯 마리의 판다가족에게 띄웁니다.환상의 나라에서 일상의 우리에게도 행복을 주는 생명들에게 감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