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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정화

by 지구 사는 까만별



드나듦의 성질로 태어나

민감한 재료에 맞지 않는

마중과 배웅을 겪도록

신은 나를 설계했다


선대의 늙은 체리나무와 달리

튼튼한 황동 문고리에는

젊음과 안 어울리는 그리움이 녹아 붙고


붉은 몸체는

늙음과 어울리는 그리움으로

한 해 두 해

배움이 되지 못하고 낡아간다


노익장은 안다

평생을 공간을 가리도록

명 받았어도


문사이로 서로를 생각하는

수분 먹은 나무의 향은

칼로도 가릴 수 없음을


자욱한 연무 속으로

손잡이에 녹은 미련이

세상에 드나들어 습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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