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나듦의 성질로 태어나
민감한 재료에 맞지 않는
마중과 배웅을 겪도록
신은 나를 설계했다
선대의 늙은 체리나무와 달리
튼튼한 황동 문고리에는
젊음과 안 어울리는 그리움이 녹아 붙고
붉은 몸체는
늙음과 어울리는 그리움으로
한 해 두 해
배움이 되지 못하고 낡아간다
노익장은 안다
평생을 공간을 가리도록
명 받았어도
문사이로 서로를 생각하는
수분 먹은 나무의 향은
긴 칼로도 가릴 수 없음을
자욱한 연무 속으로
손잡이에 녹은 미련이
세상에 드나들어 습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