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CO에 연락하여 개선안 제안해보기
로컬리제이션 프로젝트 1 - VSCO 분석 글에서 VSCO에서 불편한 점을 찾고 개선안을 작성해보았다.
이제, 이 내용을 VSCO 본사에 전달해보자.
그런데! 내 브런치의 글을 그대로 번역해서 보내면 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브런치의 글은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하여 사랑스러운 불특정 다수들이 읽게 될 글이었지만, VSCO 본사에 글을 보낸다는 것은 VSCO에서 일하는 특정 인물이 다른 플랫폼(메일)으로 나의 글을 읽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은 달라지는 점이 없더라도 아래 세 가지 사항에 따라 글이 재구성되어야 했다.
1. 왜 이 개선안을 VSCO에 전달하는가
2. VSCO의 누구에게 개선안을 전달할 것인가
3. 개선안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새로운 기준에 따라 어떻게 글을 재구성했는지 살펴보자.
1. 왜 이 개선안을 VSCO에 전달하는가
나는 VSCO에 단순한 사용자 문의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로컬리제이션 와 UX writing 업무 경력이 있는 전문가로서 VSCO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선안으로 내가 얻고 싶은 결과는 아래와 같다 :
VSCO 측이 내 글을 읽고 자신들의 제품이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개선 작업에 내가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따라서, 새로 작성하는 개선안은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글이어야 한다.
글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나는 글에 스토리를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즉각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토리가 무엇일까? 스크린샷 몇 개를 내밀며 번역이 잘 못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스토리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VSCO는 지금 한국에서 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지만, 번역을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성장에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어떨까? 한국 시장에서의 더 큰 성공을 위해 개선안을 제안한다고 한다면, VSCO가 나의 개선안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VSCO가 한국 시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책 위주로 글을 다시 정리하였다. 브런치 글에는 주로 번역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안에 대해 이야기하였지만, 새로 작성한 개선안에는 내가 번역 문제 외에도 한국 사용자로서 VSCO를 사용할 때 불편했던 점들(결제 관련 정보 부족, 한글 입력 미지원)들을 함께 정리하였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구조가 되었다.
VSCO가 가지고 있는 문제
1. 한국어 입력 지원 안됨
2. 한국어 번역이 매끄럽지 못함
- 오타가 있음
- 번역이 아예 되지 않았거나, 잘못된 텍스트가 많음
- 효과적이지 못한 UX writing
3. 결제 관련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
내가 제안하는 해결책
1. 한국어 입력 시스템 재점검 (엔지니어링 팀의 도움이 필요함)
2. 한국어 번역 개선
3. 결제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번역하여 다양한 경로로 제공하기
조금 더 전문적으로 보이고, VSCO가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큼의 무게감 있는 글이 된 것 같다.
2. 구체적으로 VSCO의 누구에게 이 글을 전달할 것인가
VSCO에게 개선안을 보내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VSCO라는 조직의 누구에게 이 글을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고객 지원 센터에 메일을 보낼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나는 나의 제안에 바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길 원한다.
그래서 Linked-in에서 VSCO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다양한 직군의 직원들을 찾을 수 있었지만, 내가 가장 관심이 갔던 사람은 VSCO의 CXO(Chief Experience Officer)였다. 마케팅 디렉터에게 개선안을 보낼까 했었지만, 그분이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한 Localization까지 담당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자사의 제품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CXO에게 연락을 해보는 것이 오히려 더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는 사람은 VSCO의 CXO로 정해졌다. 그는 하루에도 몇십 통의 중요한 이메일을 받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글은 최대한 요점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글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효율적인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 나는 아래와 같이 글을 변경했다.
VSCO 회사와 제품에 대한 설명 생략
이 글을 읽는 사람은 VSCO의 파워 유저를 넘어서, VSCO를 직접 만든 사람이다. VSCO를 만든 사람 앞에서 VSCO를 굳이 소개해줄 필요는 없다.
요약본을 앞에 배치한다.
내가 작성한 번역 개선안은 여러 개의 스크린샷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빠르게 읽기 어렵다. 이 스크린샷으로 말하려는 바(한국어 사용자가 VSCO 한국어 버전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와 이에 대한 개선안)를 상단에 배치하여,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먼저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목차를 만든다
목차를 만들어 글의 전체적인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노션의 목차 기능은 원하는 내용을 클릭하면 바로 스크롤을 이동시켜주기 때문에 편리하다.
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가 아무리 정성 들여 쓴 글이라도 읽는 사람이 무조건 정독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버려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단시간 안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3. 개선안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VSCO 본사 사람들은 영어를 사용한다. 한국인 직원도 있겠지만 그들의 공용 언어는 영어이고, 대부분의 VSCO 직원들은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영어로 쓰여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나의 개선안의 많은 부분이 한국어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VSCO의 한국어 번역본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내가 쓴 한국어 문구가 더 났다는 것을 영어로 설명해야 한다.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못쓴 한국어와 잘 쓴 한국어 차이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은 큰 챌린지였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보았을 때,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1. 잘 쓴 한국어와 못쓴 한국어의 차이를 영어로 설명한다.
2. 한국인(VSCO 사용자 또는 잠재 사용자)에게 두 가지 버전의 한국어 문구 중 어떤 버전이 더 나았는지 설문 조사하고, 그 결과를 영어로 설명한다.
내 개선안이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향상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맥락에 있어 2번이 더 직관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번역 개선 Before과 After, 두 가지 버전을 비교해줄 한국인을 섭외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 한국인이 객관적으로 비교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VSCO 측에서 그 결과를 즉각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1번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내가 작업한 개선안의 Before / After를 읽었을 때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어떤 부분에서 개선되었는지 바로 이해할 것이라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Before / After 문구의 차이가 무엇인지, 어떤 논리에 의해 문구가 바뀐 것인지 이해시키기 어려우므로, Before / After의 뜻을 설명하고, 문구를 변경한 기준에 대해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글을 재구성하고 다시 쓰는데 이틀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재구성을 하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글을 쓰는 수준의 에너지와 시간이 들었다. 다음 작업에서는 처음부터 이 기준에 맞춰 브런치 글을 써서 효율적인 작업을 하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완성된 개선안 수정본과 이메일을 읽어보고 또 읽어보다가 용기를 내어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이 이메일이 멋진 일로 이어지는 영화 같은 일이 생기길 바라며 조용히 내레이션을 한다.
"그때 Sunny Lee는 알지 못했다. 이 메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Localization Project 시리즈 읽기
로컬리제이션 프로젝트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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