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앱을 위한 UX writing 한글 패치 1편
한국어로 작성된 모바일 앱의 UX 문구는 주어가 없다. 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없다.
같은 인스타그램 문구를 비교해 보았을 때 영어에서는 You가 their story에 react 했다고 나오지만, 한국어에서는 스토리에 공감만 했다고 나온다. 누가 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알 수 있다. 내가 했다는 것을.
주어가 없어도 우리가 주어를 알 수 있는 것은, 한국어가 그런 언어이기 때문이다. 한국어 문장은 주어가 없어도 말이 되는 경우가 많다(그래서 책임을 회피하고 싶을 때 또는 누군가를 놀리고 싶을 때 고의로 주어를 없애기도 하지만). 그 이유는 명사 중심의 영어와 달리 한국어는 동사 중심의 언어이기 때문에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주어가 생략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UX writing을 할 때 문제가 크게 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주어가 생략되면, 그만큼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에 문구를 더 유연하게 작성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상황은 사용자가 주어가 되어야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보자. Spotify에는 AI로 추천해준 노래로 엮은 플레이리스트를 "Made for you"라고 표현한다. 이것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떨까? 유튜브 뮤직 앱은 앱스토어 스크린샷에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기반으로 맞춤 음악을 추천"해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UX writing이 아닌 Copy writing이기 때문에 이질감이 덜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번역체가 물씬 풍긴다. 당신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당신.. 여보 당신..? 옛날 말처럼 촌스럽게 느껴지고, 문어체 같은 느낌이 있어 어색하다.
귀하는 어떨까? Amazon에서는 사용자를 "귀하"라고 지칭하고 있다. 나를 최대한 높여준 표현이라 고맙긴 하지만,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기분이다. 나를 너무 귀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거리감이 느껴진다.
여러분은 어떨까? 카카오는 이용약관에서 사용자를 "여러분"으로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여러분은 여러 명인 분이라는 의미로, 사용자 한 명을 지칭하기보다는 사용자 전체를 지칭하는 말로 생각된다. 카카오에서도 사용자를 '여러분'이라고 지칭하는 경우를 이용 약관 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객님은 어떨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생각된다. 일부 한국어 앱에서도 종종 "고객님"으로 사용자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앱 전반에서 자주 쓰는 표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Spotify는 사용자를 "고객님"으로 지칭하고 있는데 Spotify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도대체 다른 앱들은 어떻게 사용자를 부르고 있을까? 많은 한국 앱들은 특정 단어로 사용자를 지칭하는 것을 피하고, 사용자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회원 가입 시, 사용자가 입력한 ID 또는 사용자명을 UX 문구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메일링 서비스에서 사용자를 이름으로 지칭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뉴닉이다. 뉴닉은 서비스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피드백을 요청할 때 이 방법을 이용한다. 피드백 요청 문구는 사용자의 이름으로 시작된다. 텍스트가 많은 메일을 읽다가 갑자기 나타난 자신의 이름을 읽게 되면, 사용자는 주의를 집중하게 된다. 사용자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사용자가 정보를 수동적으로 흡수하는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참여를 해야하는 상황으로 빠르게 전환시킨다.
한국의 앱들이 사용자를 지칭할 때 대명사나 특정 단어 대신 사용자의 아이디 및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는 한국의 언어적 특성 외에도, 최신 모바일 앱의 트렌드와도 관련 있다. 이들은 사용자 중심의 맞춤형 컨텐츠를 셀링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를 지칭할 때조차, 사용자 중심적 언어를 사용하려고 한다. 당신, 귀하, 고객님, 사용자 등은 사용자 개개인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표현하는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언어로 볼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선택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더욱 사용자 중심이고, 최신 앱 서비스들이 내세우고 있는 맞춤형 서비스와 어울리는 언어이며, 동시에 친근함을 주는 톤 앤 보이스를 높이는 지칭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UX writing 한글 패치 첫 번째 시리즈 재미있게 보셨나요? 호칭은 관계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여러분들의 앱에서는 사용자를 어떻게 지칭하고 있나요? 사용자를 어떻게 불러야 앱 서비스와 사용자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을까요? 의견이 있으시다면 코멘트 달아주세요 :)
우리를 위한, 우리 민족을 위한 우리말 UX writing에 대한 고찰, UX writing 한글 패치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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