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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Lee Jan 10. 2021

해요 VS 합니다 : 어떤 문장이 더 좋을까?

모바일앱을 위한 UX writing 한글 패치 2편

헤이, 구글! 오늘 날씨는 어때? 비 와.

구글이 어느 날 이렇게 대답한다면 우리는 조금 당황스러울까? 얼굴을 붉히며 구글에게 너 이 자식 몇 년생이냐고 묻게 될까? (구글은 자신의 나이를 구글링 한 후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해줄지도 모른다)


구글을 포함한 대부분의 앱은 우리에게 존댓말로 말을 걸고, 존댓말로 대답한다. 아직까지 사용자에게 반말하는 앱은 보지 못했다. 사용자에게 반말을 하는 앱이 있다면 코멘트로 제보해주시길.

존댓말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영어 사용자에게는 단순하게 It's raining이라고 대답하겠지만 말이다.

구글이 대답하는 It's raining을 한국어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비 와. 비 와요. 비 옵니다. 비 온다. 비 오네. 비 옵니다요.

이미지 출처


어미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한국어

한국어 문장은 어미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특이한 언어이다. 어미는 말의 꼬리라는 의미이다. 존댓말과 반말뿐만 아니라 시제, 문장의 종류(평서·의문·명령·청유) 등이 변화무쌍한 어미의 모양에 따라 결정된다. 변화무쌍하다는 것은 어미의 종류 중 하나인 존댓말과 반말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존댓말과 반말의 어미를 단순 구분을 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높임, 예사 높임, 예사 낮춤, 아주 낮춤, 격식체, 비격식체 등이 존재한다.

이미지 출처


슬슬 어지럽기 시작한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고, 우리가 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미 두 가지만 살펴보자. 대부분의 앱들은 "~해요"(비격식체-높임)와 "~합니다"(격식체-아주높임)의 존댓말을 사용한다. 두 존댓말 어미 중 어떤 어미가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까?



~해요 VS ~합니다


"~해요"는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 존댓말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합니다"보다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들린다. 또한, "~합니다"를 사용한 문장보다 "~해요"를 사용했을 때 보다 문장이 짧게 끝나기 때문에 가독성이 더 좋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 친화적인 톤 앤 보이스를 지향하는 앱들이 많이 사용한다.


"~해요"는 언제 써야 좋을까?

"~해요"는 사용자가 두 개 이상의 선택지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이 사용된다. "~해요"를 사용하여 선택을 유도하면, 지나치게 푸쉬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가벼운 부탁을 하는 느낌이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2개 이상인 프롬프트 스크린, 프롬프트 패널, 팝업창에서 많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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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서형이자, 청유형이기도 한 "~해요"는 툴팁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해요"를 사용한 툴팁을 읽으면 사용자에게 앱 사용 방법을 권할 때, 엄격한 선생님이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범생 친구가 옆에서 조곤조곤 알려주는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툴팁은 상대적으로 다른 문구보다 짧고 간결하게 작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해요"를 사용하면 짤막한 문구를 작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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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니다"는 격식을 차린 존댓말이다. 구어체라기보다는 문어체와 가까워서 조금은 건조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합니다"를 사용했을 때 "~해요"보다 진지하게 들리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신뢰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전문 서비스(예: 의료, 금융 등) 분야에서 많이 사용한다.


"~합니다"는 언제 써야 좋을까?

"~합니다"는 사용자에게 일방적인 정보 전달 또는 상황 통보를 해야 할 때에서 많이 사용된다. "~합니다"를 사용하여 전달하는 정보는 앱 사용에 있어 사용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정보인 경우가 많다. "~합니다"를 사용하면 사용자에게 좀 더 신뢰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주로 버튼이 없거나 1개만 있는 팝업창(사용자가 행동을 한 후, 그 행동이 완료되었음을 전달하는 토스트 메시지나, 갑작스럽게 발생한 문제, 이벤트를 알리는 배너 등)에서 많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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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니다"가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문구는 모든 앱이 가지고 있는 바로 그 문구인,  정책 관련 문구이다. 정책 관련 문구는 반드시 읽어보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용자들이 잘 읽지 않는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 방침", "운영정책" 등이다. 해당 내용들은 무엇보다 전문성과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두 "~합니다"로 작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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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요"와 "~합니다"의 가장 큰 뉘앙스 차이를 보여주는 곳이 FAQ 페이지이다. 대부분의 앱은 사용자의 질문은 "~해요"로 작성하고, 이에 대한 대답은 "~합니다"로 작성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물어볼 수 있는 내용은 조금 더 친근한 목소리로 표시하고,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대답하는 내용은 더 전문적이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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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요 + ~ 합니다

"~해요"와 "~합니다"는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문구의 종류와 기능에 따라 더 잘 어울리는 존댓말 어미를 사용하면 사용자와 앱 서비스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존댓말 어미를 쉽게 선택할 수 없다면, 우리 앱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어떤 톤 앤 매너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았을 때 답을 찾기 위한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신뢰와 전문성이 중요시되는 금융 관련 앱인 토스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금융 앱을 만들고자 하였고, 사용자 친화적인 톤 앤 보이스를 위해 전반적으로 "~합니다" 보다는 "~해요"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두 가지 존댓말 중 한 가지를 선택하기 어렵다면 모두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많은 앱들이 두 가지 존댓말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여러 문장으로 구성된 문구일 경우, 상황을 설명하는 문구는 "~합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문구는 "~하세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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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합니다", "~해요" 외에 UX 문구에서 자주 보이는 문구가 또 있다. 바로 "~하기"인데 이 어미에 대해서는 다음 시리즈 "짧고 간결해야하는 CTA, 한국어로 어떻게 써야할까"에서 이야기해보겠다.




UX writing 한글 패치 두 번째 시리즈 재미있게 보셨나요? 글을 쓰며 새삼스럽게 한국어의 세계가 깊고 넓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러분들의 앱에서는 어떤 문장을 사용하고 있나요? 흥미로운 의견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우리를 위한, 우리 민족을 위한 우리말 UX writing에 대한 고찰, UX writing 한글 패치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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