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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Lee Jan 12. 2021

짧고 간결해야 하는 CTA, 한국어로는 어떻게 써야할까

모바일앱을 위한 UX writing 한글 패치 3편

CTA는 Call To Action이라는 의미이다. 가입, 구독, 구매 등 사용자에게 특정 행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UX writing의 꽃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글에서 CTA는 CTA 버튼을 의미한다.)

에어비앤비: 하단의 검은 버튼이 CTA 버튼이다.

그런데 위 스크린샷을 자세히 보면, 영어 문구와 한국어 문구를 비교해보았을 때, 영어에서는 'Airbnb를 Explore 해보자!'라고 동사형으로 말하는 반면, 한국어에서는 '에어비앤비 둘러보기'라고 명사형으로 말한다.

왜 한국어 CTA는 명사형 문장을 쓰는 것일까?


명사형으로 작성되는 한국어 CTA

영어는 대부분 동사형으로 CTA를 작성하는 반면, 한국 CTA 문구는 대부분 명사 또는 명사형 동사(~하기)로 만들어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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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난 시리즈에서 언급했던 한국어의 다양한 어미와 관련 있다. 한국어는 어미 종류가 아주 많아서 어떤 어미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의미를 가진 동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CTA 문구의 특징 때문에 CTA 문구를 작성할 때에는 동사를 만드는 어미를 사용하지 않는다.

CTA는 사용자가 완수해야 하는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어와 달리 영어는 동사 원형이라는 개념이 있다. 동사 원형을 변형 없이 CTA에 표기해도, 문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유도하고자 하는 행동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동사 원형이라는 개념이 없어 동사를 완성하려면 어미를 조합해야 한다. 어미의 종류는 무궁무진하여 어미에 따라 다양한 맥락이 추가된다(예: 구독을 동사로 만들 경우, 영어는 subscribe. 한국어는 구독하다, 구독해요, 구독합니다, 구독하자, 구독할게요, 구독해주세요 등). 때문에 모든 맥락을 배제하고, 행동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동사보다는 명사형(구독 또는 구독하기)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CTA는 간결해야 한다. 영어는 행동에 대한 명사형과 동사형이 모두 한 단어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글자 수에 큰 차이가 없지만(예: 구독의 경우, subscribe), 한국어는 행동을 동사로 만들려면 행동을 지칭하는 단어+어미를 조합해야 하는 형태(예: 구독의 경우, 구독+하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최소한의 형태만 나타낼 수 있도록 명사형(구독 또는 구독하기)으로 통일하는 것이다.


CTA 버튼 외에도, 명사 및 명사형 문장은 앱 내 모든 버튼, 메뉴, 리스트형 메뉴에서도 사용된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버튼명들도 모두 "~하기"로 작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Send: 보내기, Skip: 건너뛰기, Learn more: 더 보기, More details: 자세히 보기)

이처럼, 해당 문구를 눌러서 다른 기능을 사용하거나, 다른 화면으로 이동하게 될 때는 명사 또는 명사형 문장(~하기)을 쓰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음슴체"보다는 "~하기"

여기서 잠깐, 동사를 명사로 만드는 방법이 또 있자 않나요? 그렇다. 한국어에서 동사를 명사로 만드는 방법은 -기를 붙이거나, -ㅁ(음)을 붙이는 방법(=음슴체)이 있다. 하지만 CTA에서 음슴체는 사용되지 않는다. 음슴체는 이미 완료된 일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CTA의 목적은 사용자가 아직 완료하지 않은 일을 완료하게 하는 것이기에 "-기"를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


동사형 CTA는 없나요?

그렇다면, 동사형 CTA는 절대 쓰면 안 되는 것일까? 당연히 쓸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동사형 CTA를 활용하고 있는 앱들도 종종 있다.

배달의 민족

CTA를 "~해볼까요?"라고 작성하니 조금 더 부드럽고, 대화형의 UX가 완성되는 느낌이다. 모든 CTA가 꼭 명사형으로 작성될 필요는 없다. 룰은 깨지라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CTA는 반드시 짧아야 한다?

그렇지만 동사형 문장으로 만들면 CTA가 너무 길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영어를 기준으로 하는 많은 UX writing 자료들은 언제나 CTA 문구를 짧게 작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모바일 앱의 경우는 엄격하게 글자 수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대 1~3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어 CTA를 작성할 때 지나치게 짧은 문구는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CTA 문구로 많이 사용되는 영어 문구인 "Buy now"는 구매를 하자고 권유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CTA 문구를 "구매"로 작성한다면, 사용자에게 구매를 유도하기엔 너무 밋밋한 문구가 되어버린다. 한국어에서는 CTA를 최대한 짧게 만든 것이 효과적이지 않은 것이다.


한국어 CTA는 짧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앱들이 CTA를 작성할 때, 사용자가 완수해야 하는 행동을 명사(예: 구독)로 끝내지 않고, '~하기'(예: 구독하기)를 붙여 명사형 문장으로 작성한다. 일부 앱들은 명사형 문장으로 CTA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수식어를 추가 하거나, 두 개의 동사를 조합하여 더 설득력 있고, 행동 유도적인 문구를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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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언어적 경제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CTA 문구를 무조건 길게 써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영어, 한국어를 떠나 CTA의 목적은 사용자가 행동을 완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어미와 글자 수에 상관없이 잘 작성된 CTA는 사용자가 버튼을 눌렀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해야겠다.




UX writing 한글 패치 세 번째 시리즈는 어떻게 보셨나요?

여러분들의 앱에서 가장 중요한 CTA 버튼은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자들이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나요? 여러분이 본 가장 매력적인인 CTA 문구는 무엇이었나요? 댓글로 이야기해주세요!

우리를 위한, 우리 민족을 위한 우리말 UX writing에 대한 고찰, UX writing  한글 패치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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